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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노숙인… 그리고 노숙인을 낳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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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 노숙인… 그리고 노숙인을 낳은 사회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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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인 지음/ 삶이 보이는 창 발행ㆍ216쪽ㆍ1만원

“전투하듯이 걷고 전쟁하듯이 밥 먹고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전 세계에서 몇 위인지나 알아? 백이십 몇 위야.” 이시영 시인의 근작시 ‘행복 도시’는 그렇게 시작한다. 신부가 쓴 노숙인 이야기인 이 책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세요> 는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폭력성을 거두고 실존적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 시인의 질문에 답한다.

공식적으로는 전국에 5,000여명 선이지만, 쪽방이나 고시원 등지의 거주자까지 합치면 5만~10만으로 추정되는 그들은 ‘보이지 않는 이웃’이다. 이 책은 가명으로 가리긴 하지만 그들의 인간적 아픔, 그들을 통해 투영되는 세상의 부조리, 그 와중에 더욱 빛나는 인간적 온기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서울역에 350여명, 용산역에 80여명, 영등포역에 150여명, 청량리역에 50여명. 역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의 개략적 숫자다. 이 책은 노숙인들의 ‘바쁜’ 일상을 추적, 그들과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러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는 그들을 낳은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노숙 문제를 해결한 프랑스의 사례, 노숙인들에 대한 바람직한 사회적 대응책, 노숙인 재활단체 ‘다시 서기 센터’와 당국 간의 신경전 등 보다 넓은 시선으로 문제에 접근하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둔다.

임영인 신부는 10여년간 노동ㆍ빈민 사목을 해오다 2005년부터 서울역에서 노숙인 사목을 하며 그들을 위한 인문학 강좌인 ‘성 프란시스코 대학’을 운영해오고 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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