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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나비부인' 적절한 제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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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종의 막전막후] '나비부인' 적절한 제목일까

입력
2009.0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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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이국취미(exoticism)라 하여 그 중에서도 일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지만 모든 것이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예컨대 1885년 런던 사보이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레타 '미카도'는 일본 문화, 특히 천황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바람에 한때 일본 측이 상연 금지를 요구하는 등 말썽이 있었다. 지금은 그저 웃고 즐기는 것으로 족한 영국식 코믹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남았다. 반면 푸치니의 '나비부인'은 1904년 초연 이후 점점 인기가 높아져서 서구인들이 일본을 이해하는 긍정적인 통로로 작용했다. 그들은 명예를 위해 스스로 단도를 뽑아든 가녀린 소녀의 선택에서 새로운 신비를 발견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 오페라는 인기가 높다. '라 트라비아타'나 '라 보엠'보다 공연 횟수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1월 말의 뉴서울오페라단 공연에 이어 3월에는 서울시 오페라가 초청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팀이 내한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오페라 녹음은 영상물이 대세지만 EMI는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를 내세운 '나비부인' 전곡 CD를 2009년 신보로 내놓았다. 여전히 잘 팔리는 오페라란 얘기다.

'나비부인'의 원제는 'Madama Butterfly'다. 그런데 버터플라이는 이탈리아어 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 파르팔라(farfalla)란 단어가 따로 있다. 버터플라이는 극중 미국 해군장교 핀커톤이 '나비'라는 뜻의 일본 현지처 초초상을 영어로 부른 이름이다. 이것은 초초상의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열다섯의 나이에 게이샤를 그만두고 서양 남자를 택한 초초상은 미국인의 진짜 아내가 되기 위해 필사적이다. 스스로 개종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더 이상 일본인 초초상이 아니라 미국인 '마담 버터플라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렇다면 번역할 때도 영어 뉘앙스를 살려 '마담 버터플라이'로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니면 '버터플라이 부인'으로라도 말이다. 2막에서 자신을 방문한 미국 영사에게 나비 부인 말고 핑커톤 부인으로 부르라는 요구도 하지만 그건 미국으로 떠나버린 핑커톤이 아직도 남편임을 강조하기 위한 뜻이다.

워낙 굳어버린 제목이기에 바꿔 부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가 일본식이라 하여 원래 뜻대로 '겨울여행'으로 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사실상 실패하지 않았는가? 그래도 이 경우엔 '나그네'란 의미가 오히려 어울리는 면이 있다. 반면 푸치니의 오페라는 '나비부인'보다 '마담 버터플라이'가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언젠가 전기가 마련되기 바란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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