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청와대는 새 정부 출범 1년을 자평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결론은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통한 재도약 발판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온 한 해'라는 것이다. 하지만 성적표의 과목 하나하나를 따지고 들면 747의 장밋빛 미래로 포장됐던 엠비노믹스는 이제 그 형체조차 찾기 힘든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선진 일류국가로 진입한다는 게 요체인데 그런 기대는커녕 그나마 쌓아온 자산마저 바닥나게 생겼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쓰나미를 겪으면서 이 정도로 방어한 것만도 선방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실제 최근 당정 고위인사들은 "정부가 신속 과감한 선제조치로 위기 극복의 토대를 닦고 국가 위상을 높였다"며 "이제 국민도 희망의 싹을 보는 것 같다"고 자찬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 전 장ㆍ차관 워크숍에서 "내년까지 희망의 싹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도 등을 돌릴 것"이라고 걱정한 것과도 온도차가 크다. 성장 수출 실업 부도 등 제반 지표의 추락속도가 무섭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로 이 같은 당정의 나태한 인식이다.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외환관리 하나만 봐도 정부가 얼마나 서투른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세세한 사정을 다 얘기할 것도 없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되자 외화유동성 문제는 완전 해소됐다고 말했지만 3개월여 만에 환율은 원점인 1,500원대로 되돌아갔다. 금융 드림팀이 들어선 후에도 원화 절하 속도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모피아들이 득세하며 여기저기 자리를 탐하는 사이에 우리 정부와 시장에 대한 외국의 우려가 오히려 높아졌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구조조정펀드 조성을 중심으로 한 위기극복 추진방안과 전략을 내놓아 "구식이지만 현명한 판단"이라는 호평도 들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내년 V자 반등'을 주문처럼 강조하는 바람에 정책 당국자들이 회복시간이 필요한 과감한 수술을 여전히 꺼린다는 얘기가 많다. 집권 2년차에 진정한 성과를 내려면 '허황된 코드'를 좇지 말고 말 그대로 정직과 신뢰로 승부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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