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며 경제ㆍ사회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감 탓에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불황민감성 체질로 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제일기획(대표 김낙회)은 22일 발표한 '1998~2008 대한민국 소비자 보고서'에서 한국인들은 외환위기의 아픈 경험을 통해 돈에 대한 관심 및 부담, 개인 경쟁력 강화에 대한 욕구를 높였고, 이는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무줄식 소비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5대 도시 13~59세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 낭비는 필요하다'는 답변이 1998년 40%에 불과했으나 호황기였던 2004년 52%까지 치솟았다가 금융불안이 불거진 2008년에는 47%로 내려앉았다.
'옷은 주로 세일기간에 산다'는 의견은 98년 61%에 달했지만 2002년엔 45%로 급갑했다가 2008년 52%로 상승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절약해야 한다'는 답변은 98년 70%에서 2002년 57%로 꺾였다가 2008년 67%로 최고치를 보였다.
경기에 민감해졌지만 급격한 경기침체는 생활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98년엔 응답자의 60%가 중산층이라고 답변했지만, 2008년의 경우 55%만 중산층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노후 보장을 위한 보험가입 등 구체적인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98년 47%를 시작으로 꾸준히 40%대 중반을 유지했으나 2007년 35%, 2008년 36%로 급격히 추락했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박재항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수석은 "실제지수보다 심리적 지수에 더 크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민감성은 변화에 대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을 끌어내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귀중한 힌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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