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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또 살얼음판/ 수출 급감→성장률 추락… 심상찮은 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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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또 살얼음판/ 수출 급감→성장률 추락… 심상찮은 日경제

입력
2009.02.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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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까지 최종 적자 2,650억엔, 전세계 종업원 2만 명 감원."

9일 일본 도쿄(東京) 주오(中央)구 닛산(日産) 본사 기자회견장에 선 카를로스 곤 사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닛산의 전년도 실적이 4,822억엔 흑자였던 것을 보면 글로벌 경제침체의 여파는 깊었다. 충격은 닛산뿐만이 아니다.

도요타 본사가 있는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시, 미쓰비시(三菱)자동차의 미즈시마(水島)제작소가 있는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NEC일렉트로닉스 공장이 있는 야마가타(山形)현 쓰루오카(鶴岡)시는 지난해 말부터 휴일 밤낮 없이 교대 근무하던 생산 라인이 멈추는 날이 늘었다. 평일인데도 공장 주변이 을씨년스런 날마저 있다.

일본경제는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

무너져내리는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감은 이제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경제의 추락은 전 세계 수요ㆍ공급 사슬에 충격을 줘 세계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주요 7개국(G7) 중 최악인 연율 12.7%로 감소하면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수출 급감에 따른 성장률 감소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경제전문가들의 다수는 일본 경제가 바닥을 치는 시점을 올 연말과 내년 초로 전망하고 있다. 드물지만 재고 조정이 원활할 경우 올해 2분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년 4분기까지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지난 분기와 마찬가지로 연율로 두자리수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조사한 전문가 10명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0.8%. 일부는 5.7%로 전기보다 감소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오히려 18.0%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오슬린 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무너지면 대 일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고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국인 일본의 경제가 추락하면 결국 미국의 경기부양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이 앞으로 더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세계는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글로벌 경제 침체에 맞춰 수출에 기대온 일본 경제의 성장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수 의존이 크면 클수록 세계경제 악화에 취약한 건 사실이지만 호황일 때 성장의 견인력이 돼 준 '공(功)'도 사실은 부정할 수는 없다. "자원이나 식료, 에너지에 필요한 외화는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구조를 급하게 바꿀 수는 없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발표 직후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담당 장관의 말에서 이런 딜레마를 엿볼 수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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