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하라 미노루 지음ㆍ이언숙 옮김
열대림 발행ㆍ272쪽ㆍ1만4,800원
미식가로 소문난 로시니가 37살에 오페라 창작에서 은퇴한 진짜 이유는? 베토벤은 5번 교향곡 ‘운명’의 첫 동기를 가리켜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을까?
음악사를 주요 음악가의 생애와 일화를 통해 소개한 책은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이 책은 음악가의 단순한 에피소드를 넘어 음악가와 작품이 탄생하게 된 당대의 사회적 배경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어 돋보인다. 단순한 음악가 일화집을 넘어 당대 음악의 조류와 판도까지 분석한다.
음악사회사를 전공한 저자는 일본 토호가쿠엔 대학 음악학부 교수로 <음악가의 사회사> <성스런 이미지의 음악> <악성 베토벤의 탄생> 등을 냈다. 그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당대에 어떻게 비쳐졌고 이후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피는 관점에서 그들을 만나보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악성> 성스런> 음악가의>
1829년 오페라 ‘윌리엄 텔’을 끝으로 오페라 창작의 펜을 꺾은 로시니의 은퇴 이유는 지금까지 미식과 요리, 그리고 송로버섯을 찾기 위한 돼지 사육에 몰두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로시니가 당시 잔 다르크를 소재로 한 오페라를 구상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은퇴의 진짜 이유는 일종의 허무주의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즉 1830년 로시니가 직접 목도한 파리에서의 7월혁명 등 정치적 변동이 그의 가치관에 충격을 줬고, 이것이 창작활동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는 또 ‘딴딴딴따안’으로 시작하는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의 첫 동기에 대한 베토벤의 저 유명한 발언도 그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 비서인 안톤 펠릭스 쉰들러의 얘기라고 밝힌다. 저자는 쉰들러를 이상적인 베토벤의 이미지를 역사에 남기고자 수많은 에피소드를 꾸며낸 진정한 팬이자, 마케터라고 평가한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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