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단비로 논에 나가 물꼬를 트고 있는 농부의 사진에 마음이 흡족하다. 고등학교 때 이모네 논둑을 자전거로 지나다가 약 친 논에 빠져 허우적댄 것이 유일한 시골 체험이지만 집에서 먹는 쌀, 된장, 김치 하나까지 친지들 한숨 섞여 거두지 않은 게 없다는 걸 안 뒤로는 쌀 한 톨, 콩 한 알 허투루 보게 되지 않는다.
조류독감에 수백 마리의 닭이 폐사되고 큰비에 밭이 통째로 떠내려간다. 사료값도 못 건지는 소를 팔지도 기르지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눈부신 과학의 발전이란 말도 농촌과는 벗어나 있는 듯 싶다.
그러던 차에 건축가 이명주씨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화석 연료는 이미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발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제로하우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태양 에너지에서 가져다 쓰는데 지붕에 전지판을 깔아 태양 에너지를 모은다. 일조량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딱이다.
특수 작물에 시설투자를 하듯 농촌의 지붕이란 지붕에 전지판을 설치하는 것이다. 비용은 국가에서 보조를 받거나 다른 이에게 지붕을 대여해줄 수 있다.
남은 에너지는 국가에 팔고 지붕 대여로로 부수입을 올린다. 그러고보니 가까운 친지분 중에 몇 년째 과수원을 놀리고 있는 분이 있다. 그분께 안부전화 넣어봐야겠다.
하성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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