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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지 스무해… 식지않는 기형도 추모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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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지 스무해… 식지않는 기형도 추모열기

입력
2009.02.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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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 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에서)

1989년 3월 7일 인사동의 심야극장에서 한 젊은 시인이 죽었다. 5년차 경력의 신문기자였으며,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고, 술은 못했지만 술자리에서 예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송창식과 조용필, 양희은과 조영남을 즐겨 불렀다는 기형도(1960~1989).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 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요절이라는 그의 죽음의 후광 효과는 이후 20년간 '기형도 현상'이라는 말을 낳을만큼 한국 문단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기형도 시인의 20주기를 기리는 추모 열기가 뜨겁다. 10주기 때 <기형도 전집> 을 펴냈던 문학과지성사는 3월초 추모문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로 그의 문학과 삶을 추억한다. 특별좌담에서 기형도의 시를 동시대적으로 체험한 시인 심보선 김행숙 하재연씨와 문학평론가 조강석씨, 기형도 신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후 그의 시를 읽은 시인 김경주씨 등이 기형도 시에 얽힌 개인적 체험과 고인의 문학적 유산 등을 토론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 소설가 김훈 성석제, 시인 나희덕 이문재씨 등의 추모산문, 고인의 유고시집에 실린 해설 '영원히 닫힌 빈 방의 체험'(김현)을 비롯해 '숲으로 된 성벽'(남진우), '대화적 울음과 극적 울음'(원재길), '삶의 어둠과 영원한 청춘의 죽음'(오생근) 등 기형도 시론 11편도 함께 실린다.

추모 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문학과지성사는 3월 5일 서울 홍대 앞 이리 카페에서 '기형도 시를 읽는 밤' 행사를 연다. 시인이자 뮤지션인 성기완씨의 사회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시인 이문재 황인숙, 소설가 성석제 한강 김중혁씨가 고인의 시를 낭송하고, 함성호 진은영 최하연 시인이 신작 시를 발표한다. 성기완씨와 소설가 한유주, 전자음악 뮤지션 김남윤씨로 이뤄진 그룹 'the Chop'의 추모공연도 열린다.

고인이 유년시절을 보냈고 등단작 '안개'를 비롯한 주요 작품의 무대가 됐던 경기 광명시도 추모행사를 마련했다. 3월 6일 광명시민회관 소공연장에서 '어느 푸른 저녁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행사에서는 '엄마생각' 등 고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공연, 고인의 유품과 사진 등으로 구성된 영상기획전, 마임 공연 등이 열린다.

기일인 3월 7일에는 시인이 묻힌 경기 안성시 천주교수원교구 묘지에서 고인의 지인들과 모교의 연세문학회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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