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은 '마음을 얻는 여행'이었다. 새로 짜고 있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 구도로 순방국들이 안심하고 들어오도록 유도하려는 데 주력한 순방인 것이다.
일본(16~18일)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18~19일), 한국(19~20일), 중국(20~22일) 을 돈 클린턴 장관은 상대국 정부가 반길만한 말들만 쏙쏙 골라 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의 대 아시아 외교에서 위상이 점차 축소되는 일본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며 도쿄를 안심시켰다. 한국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없으면 북미관계개선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를 감동시켰다.
이어 인권 문제에서 충돌이 예상됐던 중국에서는 "인권 문제가 경제위기, 기후변화, 북한 문제 등에서의 미중 협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미중관계는 이제 새로운 단계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중국측을 고무시켰다. 대신 클린턴 장관은 중국으로부터 미 국채 매입 지속 약속을 받았고 기후변화 논의 필요성에 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성과 거두었다. 물론 클린턴 장관은 언론자유와 티베트 문제 등 인권 문제를 중국측과 '솔직하게'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양제츠 중국 외교장관은 "어디까지나 내정불간섭의 원칙하에 다룰 것"이라고 말해 미측 공격이 솜방망이 수순이었음을 내비쳤다.
클린턴 장관은 이번에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미측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촉구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자회견 등에서 공개적으로 논의 결과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한국 도착 직전 북한 후계 위기 가능성이라는 민감을 문제를 언급, 문제의 핵심을 파고 들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터프하고도 직접적인'외교 전략의 일단을 내비치기도 했다.
주펑(朱鋒)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장관의 순방은 전략 조정을 위한 학습 여행"이라고 평가했다. 즉 이번 순방이 오바마 외교의 제1장이 아닌 서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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