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도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한다. 이미 일자리 증가폭이 감소하는 차원을 넘어,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고 무너지는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공 부문이든, 민간 부문이든 정부가 돈을 대서 인턴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생산성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겠지만, 기업과 공공기관이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마음으로 (인턴 채용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턴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문가들 역시 지금과 같은 '단순 알바' 형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유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사후관리가 안되면 돈 주려고 허드렛일 시키는 공공근로와 다를 바 없다"며 "기업들이 인턴 고용기간 동안 정부에서 임금 지원을 받는 대신, 이후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이들을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연구위원은 "채용 기관들이 인턴을 당장 현장에 투입하기보다 자체 연수원 등을 활용해 훈련과 교육을 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매뉴얼과 모범사례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이 행정조직에서 인턴 업무를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주장은 난센스"라며 "잡일을 시키기보다 영어, 전문강좌 등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턴 제도를 청년실업 대책의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청년실업 대책의 우선순위는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기존 정규직을 줄이지 않고, 새로운 상용직 채용을 늘리는 것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전제 하에서 그래도 안되면 인턴제도를 일부 활용할 수는 있지만, 지금 정부 정책은 공공부문의 정규직 채용을 독려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줄이고 인턴 채용을 확대하도록 하는 등 우선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기업의 비정규직 고용이 고착화 해 경기 회복기에도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는 "원래 인턴은 채용을 전제로 한 개념인데, 지금 정부는 표현 자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인턴 확충 드라이브 때문에 안 그래도 부족한 정규직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인턴직 몇 개 더 만들기 위해 정규직 일자리를 없애고 있지만, 정규직 일자리를 하나라도 차곡차곡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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