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산부인과에서 불임 여성 환자에게 체외수정 시술을 하면서 다른 환자의 인공수정 난자를 자궁에 잘못 이식해 뒤늦게 중절 수술하는 의료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신생아 56명중 1명이 체외수정아이지만 수정란이 바뀌는 사고는 있어도 임신까지 된 경우는 처음이다.
일본 남부 가가와(香川)현립중앙병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9월 중순 산부인과에서 불임 치료를 받던 다카마쓰(高松)시의 20대 여성 자궁에 다른 환자의 것일 가능성이 높은 수정란을 이식해 임신까지 됐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임신 7주째에 환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환자 요구에 따라 임신 9주에 중절 수술했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이 병원에서 불임치료를 받은 피해 환자는 9월에 산부인과 담당의(61)의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담당의는 피해 환자의 수정란 배양 당시 다른 환자의 수정란을 같은 작업대 위에 두었다가 바뀌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담당의는 피해 여성의 수정란 상태가 체외수정하더라도 임신이 쉽지 않은 상태였는데 예상외로 임신이 순조로워 작업 내용을 확인한 결과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피해 여성은 병원을 상대로 약 2,000만엔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령 출산 등으로 부부 10쌍 중 1쌍이 불임인 일본에서는 체외수정아가 1983년 첫 출생 이후 2006년에 1만9,587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후생성은 2004년부터 불임치료 비용으로 5년 한도로 연 2회(회당 10만엔)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7년 이 보조금 수령자만 6만536쌍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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