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지로 떠나는 고 김수환 추기경. 고인의 선종(善終)이 우리 사회를 조용히 바꿔놓고 있다. 그가 자신의 죽음으로 울린 영혼의 종소리가 한국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고, 시대에 힘겨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감돌아 사랑과 긍정의 힘으로 부활하고 있다.
빛을 잃은 사람에게 새 빛을 마지막 선물로 남긴 추기경의 각막 기증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장기기증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식인들은 추기경의 ‘바보 정신’을 널리 전파할 계획을 세웠다. 고인의 유지를 기릴 복지재단의 설립 추진 등 우리 사회의 어둡고 낮은 곳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고인의 선종 소식이 알려진 후 나타난, ‘김수환 현상’이라고 할 만한 이 놀라운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총체적 어려움 속에서 정신적인, 가치지향적인 삶에 대한 그리움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의 지표였던 ‘사랑과 긍정의 힘’을 뜨겁게 응집해 보여주고 있는 현장은 명동성당이다. 선종 나흘째 입관예식이 열린 19일에도 남녀노소, 빈부의 구별 없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조문객들의 행렬은 이어졌다.
이날에만 15만여명, 선종 후 40만여명의 조문객들이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그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기나긴 행렬 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전국의 가톨릭 주요 본당에 설치된 분향소까지 감안하면 총 조문객 수는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소박한 장례를 원했지만, 국민들은 ‘소망의 국민장’을 치르고 있다.
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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