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갈매기 식당'을 보면 그 식당의 주 메뉴는 오니기리, 주먹밥이다. 식당 주인 사치에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다. 운동회나 소풍 때면 아버지가 늘 주먹밥을 싸주었는데 울퉁불퉁 못생긴 그 주먹밥이 제일 맛있었다며 주먹밥을 '소울 푸드'라고 말한다. 나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학교 매점에서 탄산음료와 사발면이 사라진다는 보도를 보는 순간 앗, 무릎을 탁 쳤다. 어머니에게는 죄송하지만 어머니의 된장찌개, 고등어구이 등을 제치고 나의 소울 푸드는 역시 라면이었다는 생각이다.
친구들과 머리를 밀어가며 먹었던 라면, 디제이를 보려 배부른데도 먹었던 떡라면, 귀가가 늦어지는 어머니를 기다리다 동생들과 끓여 먹었던 짬뽕라면(라면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넣어 끓이는 라면) 등 라면에 깃든 추억은 끝이 없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먹었던 라면맛을 제일로 치는 것도 바로 그 추억 때문이다.
뭘 넣느냐에 따라 이름도 맛도 무궁무진해지는 라면. 그러다 나도 사치에처럼 핀란드에 나만의 소울 푸드 식당을 여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에 라면의 열풍이 부는 모양이다. 그곳에 라면을 알린 이철호씨의 별명은 라면왕이다. 맛있게 라면 끓이는 비법을 살짝 공개하자면 물, 불, 뚜껑이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맛있는 라면은 다른 사람의 라면을 한 젓가락 뺏어먹는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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