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冠婚喪祭). 세상에 나서 치러야 하는 중요한 의식들이다. 허니문은 그 혼(婚)에 포함된 또 다른 의식이다. 이제 막 결혼한 커플들은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평생의 반려자와 떠나는 첫 의식이자 첫 여행. 그래서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조금은 무리를 해가면서도 더 좋은 여행지를 찾게 된다.
서로의 가족과 떨어져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첫 발. 지금까지의 삶과는 일종의 단절이다. 의도적인 고립이라서일까. 신혼 여행지는 유독 섬이 많다.
부모가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이 또 자식을 낳듯, 뭍에서 떨어진 섬들도 또 다른 자식 섬들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엔 섬의 가장 아름다운 고갱이를 숨겨 놓은 비경의 작은 섬들이 있다.
아름다운 섬에서의 달콤한 꿈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을 위해 그 섬나라들이 품은 또 다른 작은 섬들을 소개한다. 에메랄드빛 황홀경의 정수를 담은 '섬 속의 섬'들이다.
■ 사이판 마나가하
사이판은 멀지 않다. 그래서 저렴하다. 사이판의 바다는 남태평양의 어떤 휴양지도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빛깔이다. 그 좋은 물빛에, 가깝고, 한국말도 잘 통하는 최적의 관광지인데도 괜한 홀대를 받기도 한다. 먼 곳, 한국 사람이 덜 가는 곳만 찾는 심리 때문이리라.
사이판은 태평양 한가운데 점점이 떠 있는 북마리아나 제도의 주도로 우리나라 거제도의 3분의 1 만한 크기의 좁고 긴 섬이다. 사이판의 원스톱 토털 서비스가 준비된 휴양리조트에서 편안한 휴식과 해양스포츠를 만끽했는데도 뭔가 서운하다면 마나가하 섬을 찾아 떠나보자. 물 맑은 사이판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물빛을 자랑하는 곳이다.
본섬에서 뱃길로 15분가량 떨어진 마나가하 섬은 사이판을 찾은 이상 한 번쯤 가보아야 할 곳. 섬 둘레는 1.5km밖에 되지 않는다. 깊지 않은 맑은 바다는 산호초와 갖가지 열대어들로 가득하다.
식당 등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하루 정도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순백의 백사장에 누워 나른한 휴식을 취하든가, 해변에서 즐기는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등의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캐리비안 베이의 워터파크 시설을 옮겨다 놓은 듯한 사이판 월드리조트를 이용한 하나투어의 5일 일정 상품은 144만원부터다. 1577-1233
■ 몰디브 샌드뱅크
인도양의 한복판, 보석 같은 작은 섬들 1,190개가 점점이 잇고 있는 나라 몰디브. 두 말할 필요 없는 최적의 휴양지다. '인도양의 꽃' '세상의 경이' 등 화려한 단어들이 몰디브를 수식한다.
섬들은 산호초가 두르고 있다. 산호 가루가 하얗게 부서져 바다 속에 잠기면 바다 물빛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 낸다. 몰디브의 리조트들은 섬 하나씩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리조트가 80여개, 그 중 하나가 클럽메드가 운영하는 카니 리조트다.
이 카니 리조트에서 보트를 타고 떠나는 호핑투어가 있다. 목적지는 샌드뱅크. 모래톱으로만 초승달 모양의 섬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바다 속에서 푸른 조명을 밝힌 듯 섬 주변의 물은 녹색의 형광빛이다. 티끌 하나 없는 맑디 맑은 하늘에서 작열하는 태양이 쏟아진다. 귓볼을 스치는 바람과 물, 산호가 부서져 만든 새하얀 모래 뿐. 햇볕 쏟아지는 소리와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 소리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도 몰랐던 가슴 속 또 다른 엔진에 발동이 걸린 듯 온몸이 떨려오는 풍경이다.
클럽메드의 몰디브 카니 허니문 패키지(5박6일) 가격은 룸의 등급에 따라 수상방갈로인 라군 스위트는 422만3,000원, 비치 빌리지는 347만7,000원, 슈페리어룸은 280만1,000원이다. (싱가포르 항공 왕복 포함) www.clubmed.co.kr
■ 모리셔스 일로세르
모리셔스는 인도양의 또 다른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모리셔스는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 제주도와 비슷한 크기의 동그란 모양의 섬 주위는 산호가 중간중간 띠를 두른 아름다운 바다이고, 내륙은 삐죽 솟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이룬 산자락과 사탕수수가 온통 뒤덮은 너른 평원이다.
고운 바다를 끼고 고급 리조트가 늘어서 있다. 섬을 둘러싼 전체 해변이 리조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섬의 동쪽 트루도두스(Trou d'Eau Douce)와 벨르마르(Belle Mare)도 고급 리조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아름다운 해변이다.
르투스록(Le Touessrok), 벨르마르플라주(Belle Mare Plage) 등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풍이 적절히 섞인 세계 최고급 리조트들은 품격 높은 시설과 서비스로 손님들을 황홀케 한다.
르투스록 리조트 앞의 섬 일로세르(Île aux Cerfs)는 리조트 소유이지만 일반인에게도 개방된 휴양지다. 모리셔스에서도 태양빛이 더욱 눈부시게 비추는 곳이다.
일로세르 한쪽은 몰디브처럼 투명한 바다를 끼고 있고, 다른 한쪽의 바다는 타히티처럼 산호대에 따라 다양한 푸른빛이 띠를 이룬다.
아프리카 전문 여행瑛?인터아프리카(www.interafrica.co.kr)는 모리셔스 7일 상품을 292만원부터 내놓고 있다. 모리셔스와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을 묶은 8일 일정 상품은 355만원부터다. (02)775-7756
■ 프렌치 폴리네시아 보라보라
폴 고갱이 산업문명으로 썩은 유럽을 떠나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찾은 곳이 남태평양의 작은 섬 타히티다.
타히티는 나라 이름이 아니다. 정식 국명은 프렌치 폴리네시아. 남태평양의 섬들 중 프랑스령인 118개의 섬을 총괄해 부른다. 그 중 중심이 되는 섬이 타히티다.
프렌치 폴리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타히티에서 50분 정도 비행기로 날아가는 보라보라다. 지구상의 가장 매혹적인 바다를 담고 있는 섬이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보라보라는 꿈에서도 그려낼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이다. 짙은 쪽빛 바다 한복판에 산호띠인 리프(Reef)가 커다란 원을 이뤘고, 그 안에 연둣빛 바다가 펼쳐지고, 한가운데에 뾰족한 봉우리의 화산섬이 우뚝 솟았다. 미국이나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손꼽는 곳이 바로 보라보라다.
고급 리조트 수상 방갈로의 나른한 휴식만으로도 충만하지만 작은 보트를 타고 출발하는 라군투어를 나서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스노클링을 하며 상어에 먹이도 주고, 가오리와 헤엄을 친다.
그러다 산호초가 이룬 외딴 작은 섬인 모투로 들어가 둘만의 피크닉을 보낸다. 리조트 직원이 야자수 아래 둘을 위한 바비큐를 차려낸다. 단 둘만의 배부른 오후. 천상의 풍경, 이것이 바로 파라다이스다.
하나투어 보라보라 6,7일 상품은 439만원부터. 1577-1233
■ 뉴칼레도니아 일데팽과 아메데
요즘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새롭게 각광을 받는 곳이 뉴칼레도니아다. 그 이름은 1774년 이 땅을 처음 발견한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 쿡 선장이 자신의 고향인 칼레도니아(스코틀랜드의 옛 지명)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수도는 누메아.
뉴칼레도니아에서 손에 꼽는 관광지 2곳은 본섬에서 비행기로 20분 거리인 일데팽 섬과, 본섬에서 페리(45분)로 떠나는 아메데 섬이다.
일데팽은 소나무 섬이란 이름답게 야자수보다 열대지방에서 보기 드문 침엽수인 소나무가 더 많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곳이다. 4km에 걸쳐 펼쳐진 쿠토 해변은 밀가루처럼 하얀 모래가 아름답고, 두 바닷물이 만나는 카누메라 해변은 해변가에 우뚝 솟은 바위가 이색적이다. 일데팽의 하이라이트는 오로베이의 자연풀장이다. 일데팽 최고의 스노클링 포인트다.
아메데 섬은 한나절 유쾌한 피크닉에 좋은 곳. 섬 중앙에는 150년 된 하얀 등대가 서 있다. 247개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 섬을 둘러싼 남태평양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피크닉 나온 나들이객 중 물안경을 쓴 이들은 산호의 바다로 뛰어들고 토플리스 미녀들은 부끄럼 없이 드러누워 햇덩이를 껴안는다.
롯데관광의 뉴칼레도니아 누메아 4박6일 상품은 174만9,000원. 일데팽과 누메아 6일 상품은 249만9,000원이다. (02)2075-3333
글·사진=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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