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국내 은행들의 외화(달러)차입 사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단기 외화차입 비중이 높은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처럼 만기연장이 안돼 하루짜리 급전으로까지 연명하던 위기를 다시 겪을 지 모른다는 우려다. 은행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외화차입 부담이 가중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대거 투자금 회수를 우려하는 이른바 3월 위기설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한국은행은 19일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 동향을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한은에 따르면, 1월말 현재 국내 은행들의 외화차입금(차입금+외화채권발행) 잔액은 모두 678억달러로 이 가운데 2,3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104억달러이고 2월 이후 올 연말까지 만기도래분은 245억달러로 추정된다.
한은은 "2,3월 만기도래분 가운데 상당 부분은 만기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 상환 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말까지 만기도래하는 245억 달러 역시 외환보유액(1월말 기준 2,017억4,000만달러)과 한ㆍ미 통화스와프 자금 등을 감안할 때 큰 규모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많이 개선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지난해 10~12월에는 40%에도 못 미쳤던 단기차입 만기연장률도 올 1월에는 86%, 2월(1~13일) 들어서는 104%로 크게 나아졌고 1월에는 산업ㆍ수출입은행 등이 40억달러를 새로 차입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은행들의 달러구하기 사정은 최근 들어 동유럽발 금융위기 우려 등 국제 외환시장 불안이 높아지면서 급격히 악화되는 분위기다. 우리은행이 최근 달러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포기한 것도 새로 상환을 위한 자금을 구하기에는 연 15%까지 급상승한 조달금리 부담이 컸기 때문. 하나은행은 정부 보증을 통한 외화채권 발행조차 높은 이자부담 때문에 연기한 상태다.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 조건도 마찬가지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까지 국내 은행들이 2,000만~3,000만달러를 3개월 만기로 빌릴 때 평균적으로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에 220bp(bp=0.01%포인트) 정도를 얹어 줬으나 이 가산금리가 앞으로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3월 이후 미국 등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결산자료가 나온 뒤, 이들이 대거 달러조달 시장에 나오면 경쟁이 심해져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 은행들의 가산금리는 더욱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한은 자료에서도 이번주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최근 상황은 빠져 있어 실상은 더 나쁠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은행들이 외화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는 오지 않겠지만 앞으로 동유럽에 대한 시각이 나빠지면 같은 신흥시장인 우리나라 은행들의 조달 여건도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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