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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이문열, 관훈클럽 초청 강연서 위기의 한국사회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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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이문열, 관훈클럽 초청 강연서 위기의 한국사회 진단

입력
2009.02.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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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와 책임 있는 진보의 협력이 필요하다."(백낙청)

"다수결에 대한 불복(不服)이 구조화되고 있다."(이문열)

한국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지식인이 혼란한 시대를 진단했다. 백낙청(71) 서울대 명예교수와 소설가 이문열(61)씨는 18, 19일 잇달아 열린 관훈클럽 초청 강연회에서 한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대안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혼란의 원인에 접근하는 방법과 해결책은 사뭇 달랐으나, 한국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데 두 사람은 인식을 같이 했다.

18일 강연한 백 교수는 "지금은 경제난을 넘어 국난이라 불러 마땅한 비상시국"이라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동참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나라 다스리기) 체계, 일종의 거국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 원인을 '남 탓만 하는'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제 역할을 못하는 시민사회에서도 찾았다.

백 교수는 "일부 진보세력은 지난 촛불시위를 정권퇴진운동으로 연결시키려 했는데,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올해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지난해 방식을 '리바이벌'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민중운동가들은 기존 타성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운동가 중심으로 정부만 규탄하는 방식을 넘어설 것"을 주문했다.

보수 단체에 대해서도 "현 정부의 출범이 오히려 재앙이 됐다"며 "정권의 별동대에 머무르지 말고 이론적 성장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합리적 보수와 책임 있는 진보가 협력해 폭넓은 중도 세력을 형성, 거버넌스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며 "4대강 정비 사업 등 후손에 영향을 미칠 사업을 심도있게 논의ㆍ검증하기 위한 민관 합동기구, 예컨대 '6자 회담' 식의 느슨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19일 강연에서 이문열씨는 "우리의 대의민주정이 어느 때보다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며 현재의 위기를 '불복의 구조화'로 규정했다. 이씨는 "다수결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피와 눈물과 고통을 절약하게 하는 제도"라며 "하지만 한국에서는 '패배한 소수'일수록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다수결을 부당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독재와 군사정권의 정통성 결여로 생겨난 시위 문화가 5공화국 말기에는 일상화됐고, 인터넷 출현으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광장을 선점한 소수가 착시효과를 이용한 여론 조작으로 '집단지성'이라는 허구를 만들어내고 대의민주정의 폐지까지 공공연히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씨는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다수가 아니라, 몇 달 전 대선에 대한 불복세력이 그 사안을 계기로 모여 다수를 조작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밤새 경찰의 물대포와 맞서다 다음날 직장에서 업무를 제대로 할 사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들이 다수로 비친 것은 다수결(대선과 총선)에 대한 불복이 거기에 집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렇게 불복이 상시화된 것은 현 정부가 들어선 뒤"라며 "지난 정권이 기른 일부 시민단체가 카르텔을 형성하고, 의회를 뛰쳐나온 야당 의원들이 앞장을 섬으로써, 불복은 정교하고 견고한 구조로 사회에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복의 대상은 정권이 아니라 헌법체계의 근간인 대의민주제인 만큼, 확고한 자기방어 의지로 헌법체계를 수호할 효율적 수단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권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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