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황당한 실수로 인해 한승수 국무총리가 '망신'을 샀다.
발단은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나온 한승수 총리의 발언. 국회 미디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KT가 통신망을 너무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지로 질문을 하자, 한 총리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망 구축을 위한 필수 설비인 전주, 관로 등의 제공절차를 중립기관에서 처리하는 방안, 전주와 관로 설비 정보를 공개하는 방안, 설비 제공 처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총리의 답변은 얗후 제3의 기관을 만들어 KT의 전주와 관로를 관리하고 다른 통신업자에게 빌려주도록 한다는 뜻. KT로선 깜짝 놀랄 일이고, 반대로 그 동안 KT가 필수 설비를 독점하고 있어서 통신업계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SK텔레콤 등 경쟁 업체들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얘기였다.
그러나 다음날 방통위는 다른 얘기를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9일 브리핑에서 전날 한 총리 발언에 대해 "통신설비 개선방안을 검토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한걸음 물러났다. 특히 한 총리가 말한 '중립 기관을 만들어 필수설비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고까지 했다.
하루 만에 왜 정부방침이 달라진 것일까. 이에 대해 방통위측은 "총리실에 잘못된 답변서를 전달해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새로운 제도개선방안을 검토중이었는데, 국회질의 답변서를 총리실측에 전달하면서 지금은 폐기된 옛 제도개선안을 건네줬고 그러다보니 한 총리가 국회에서 엉뚱한 답변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실수로 결국 한 총리가 '실언'을 하게 된 셈. 국무총리실쪽에서도 방통위측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실수였지만 국무총리가 망신을 당하고, 업계는 하루새 희비가 엇갈리는 등 파장이 커 방통위로선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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