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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병만 장관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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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안병만 장관의 재발견

입력
2009.02.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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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육 수장중에는 닉네임이 붙여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이해찬 교육부 장관은 '면도칼' 또는 '핏대'로 불렸다. 깐깐하고 일도단마(一刀斷麻)식의 업무 스타일이 매서운 눈초리와 닮았고, 속내를 표정을 통해 거침없이 드러내는 외향적 성격 탓에 따라다닌 별명이다. 노무현 정부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현 민주당 의원은 '미스터 투너(조율사)'였다. 조정 능력이 탁월해 닉네임이 아주 잘 어울렸다. 김 의원은 닉네임에 걸맞게 교육정책도 그런 식으로 펼쳤다.

노 정부 2대 교육부총리를 했던 안병영 전 연세대 교수는 교육부 사람들이 '일벌레'로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안 전 부총리는 업무 만큼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챙겼다. 새벽 5시에 조간신문을 챙겨본 뒤 관계자들에게 전화했던 일화는 지금도 전해온다. 취임때부터 물러날때까지 이런 그의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역대 교육부 장관은 대부분 이처럼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개성이 뚜렸했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정부 두 번째 교육 수장으로 무대에 오른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적어도 지난해 말까지는 이런 공통분모가 딴나라 얘기였다. 함구로 일관했다. 사회를 이념 전쟁으로 몰고 간 역사교과서 문제나, 학교 정보공시제 시행, 학업성취도 평가 논란 등 주요 현안들이 숨돌릴틈없이 터졌을때도 안 장관은 묵묵부답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당시 교과부 내부와 교육계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존재했다.

하나는 이른바 '자질론'이다. 안 장관이 복잡하고 난해하기까지한 교육현안에 대한 '학습'이 늦어지다보니 '외부 출연'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다른 한 가지는 '관망론'이다. 업무 파악은 일찍이 끝났지만, 교육 수장으로서 본격적으로 교육 무대에 등장할 타이밍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안 장관이 스스로 내렸을 거라는 논거다. "교육철학이 도대체 뭐냐", "소신이 없다", "장관 얼굴을 보기 힘들다"는 등의 혹평들도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그랬던 안 장관이 요즘 놀라운 변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총장들을 잔뜩 긴장시킨 것을 시작으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방문에 이어, 껄끄러울 수도 있었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국민 앞에 직접 공개했다. 19일에는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새 정부 교육정책 전도사를 자임했다.

점수 조작 의혹을 사고 있는 전북 임실 학업성취도 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임실 외 모든 지역도 성적 실사를 하겠다"고 발빠르게 대응했다. '아슬아슬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16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에서는 "상급학교로 갈수록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많은 것은 (전 정부가 추진했던) 하향 평준화 정책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평준화 관련 발언을 했다.

지금 안 장관의 모습이 교육 수장의 진면목이다. 사실 그는 '탐색전'을 너무 오래했다. 안 장관은 "공부하는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교육의 파트너가 국민이란 점을 고려하면 시동이 늦게 걸린 부분은 마음에 담는게 옳다. 깊은 사려는 괜찮지만 무소신이나 눈치보기로 비쳐져선 곤란하다. 이쯤에서 안 장관에게 적당한 닉네임 하나가 붙여져도 괜찮겠다. '미스터 결단' 정도면 출발은 늦었으나 추격전이 탁월한 그에게 어울릴 듯 싶다.

김진각 사회부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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