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랑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지난 주말 한국일보와 KB국민은행의 ‘내 고장 사랑운동’에 동참하고 ‘내 고장 사랑카드’에도 나란히 가입했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윤성 문희상 국회부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 이어 여야 원내대표까지 동참함으로써 고향과 지방의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내 고장 사랑운동이 정치권의 코드로 자리잡게 됐다.
홍 원내대표는 경남 창녕군을 지원한다. 7살 때 창녕을 떠나 대구, 합천 등에서 자랐지만 부모님의 산소를 모신 창녕군이 마음의 고향이다. 고향을 소개하는 홍 원내대표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졌다. 창녕 화왕산 화재 참사 때문이다.
그는 “그간 행사를 하면서 사고가 없었는데 올해는 왜 그리 화재가 많은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향 자랑에 금세 화색을 되찾았다. 그는 “명절 때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을 보낼 때마다 창녕에서 나는 농산물을 보내왔다”며 “올해 설에도 창녕 특산품인 양파고추장과 우포쌀 등 2,0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부천시장으로 재직할 때 자매 결연을 맺은 경북 봉화군과 전북 무주군도 도와주고 싶다”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향인 경기 부천시 오정구를 지원대상으로 정했다.
부천시가 90여만 명에 달하는 경기도의 중심 도시로 발전하면서 그만큼 소외 이웃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원 원내대표의 부천 사랑도 각별하다. 1980년대 자신이 창업한 ㈜풀무원 사장을 그만 두면서 받은 수십억원 상당의 주식으로 부천육영재단을 설립, 14년째 지역 내 장학사업에 힘써오고 있다.
원 원내대표는 “농촌은 우리의 정신적 기반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소외시키는 것은 국가 기반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도 “우리 세대만 해도 고향이 마음의 안식처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요즘은 그런 개념이 희박해진 것 같다”며 “내 고장 사랑운동이야말로 삭막한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시의적절한 캠페인”이라고 화답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그 동안 정치현안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쟁투를 벌여왔지만 내 고장 사랑운동에서는 뜻이 통하는 동지였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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