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홍콩영화 '영웅본색' 시리즈에서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는 모습으로 국내에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배우 저우룬파(周潤發ㆍ주윤발ㆍ54)가 자신이 출연한 신작 영화 '드래곤볼:에볼루션'(3월 12일 개봉)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1994년 영화 '화기소림'으로 방한한 후 15년 만이다.
18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검은 라운드티셔츠와 검은 바지 차림으로 나타난 저우룬파는 예전과 달리 짙은 콧수염을 길렀지만 인간미 넘치는 특유의 환한 미소는 그대로였다. 그는 어눌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아임(I'm) 주윤발. 감사합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저우룬파는 "한국인을 매우 사랑한다. 1981년 영화 촬영 때문에 한국에 처음 왔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했다"며 잠시 회상에 젖었다. 그는 "서울이 15년 전보다 더욱 현대적으로 변해 놀랐다"며 그러나 "매콤한 김치 맛과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드래곤볼:에볼루션'은 중국 고전 '서유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일본의 인기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저우룬파는 손오공의 스승으로 변태적인 성향을 지닌 괴짜 무천도사 역을 맡았다. 주인공 손오공 역은 저스틴 채트윈, 부르마 역은 에미 로섬이 각각 연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들 외에도 야무치 역을 맡은 god 출신의 한국 배우 박준형과 무술소녀 치치 역을 맡은 재미동포 2세 배우 제이미 정, 감독 제임스 왕도 참석했다. 저우룬파는 기자회견 중 박준형의 대답이 길어지자 "빨리빨리 시간 없어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무천도사 역은 묵직하면서도 의리있는 역할을 주로 연기해온 저우룬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역이다. 저우룬파는 "제 매니저이자 정신적 스승이고 제게 용돈을 주는 아내가 출연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무천도사 역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아내가 비싼 가방을 가지고 싶다고 해서 일을 하게 된 거죠."(웃음)
저우룬파는 "'영웅본색'과 같은 홍콩 누아르 영화 출연 제의를 여전히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홍콩 영화산업이 워낙 침체되고, 제작 여건이 좋지 않아 출연을 고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나 중국과의 합작 등을 통해 제작 여건이 좋아지면 누아르 영화에 다시 출연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내의 동의가 필요하겠지만요." 그는 2박3일의 일정을 마친 후 19일 한국을 떠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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