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인데다 내수진작 위해서도 필요하다"
"천만에. 이미 실패한 실험이다."
정부가 여름철에 표준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제를 다시 추진키로 함에 따라 재계와 노동계의 찬반 양론이 뜨거워 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인데다가 내수진작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게 재계 입장인 반면 이미 에너지 절감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고 우리 몸의 균형과도 맞지 않는다는 게 반대론의 골자이다.
정부, 내년 서머타임제 시행 검토
서머타임제가 다시 부각된 것은 1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녹색성장위원회 회의에서 서머타임제를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서부터. 74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 가장 큰 도입 배경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우리나라와 일본, 백야 현상으로 서머타임제가 필요 없는 아이슬란드만이 시행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절약, 녹색성장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창출,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활성화의 1석3조의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식경제부 당국자는 "연내 여론 수렴과 공론화를 통해 의견이 모아지면 내년 5월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서머타임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사실 서머타임제는 재계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들고 나오는 메뉴다. 연간 900억원의 에너지 절약은 물론 1조2,9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 8,600억원의 소비유발효과 등 2조원대의 내수 진작 및 관광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특히 전경련 관광산업특별위원회와 일본 경단련 소속 관광위원회는 양국의 관광교류 활성화를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서머타임제 한ㆍ일 공동 실시를 추진하고 있는 터. 이미 일본에선 자민, 민주, 공명, 국민신당 등 초당파 국회의원 250여명으로 구성된 '서머타임제도추진의원연맹'이 2010년부터 서머타임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소모 더 늘고, 근로시간만 늘 것" 반론
그러나 서머타임에 대해선 반론도 많다. 무엇보다 이미 두 차례나 도입됐다 국민들 반발에 결국 포기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 수립과 함께 실시됐다 반대여론 등에 1960년 중단됐고, 다시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해 재도입됐지만 신체 적응이 어렵고, 근무시간만 더 늘어나는 문제점이 제기되며 또다시 폐지됐다.
특히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에너지경제연구원, 교통연구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 4개기관이 정부 요청으로 작성한 '서머타임 도입의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에너지 절감효과가 전력 사용량의 0.3%(800억∼900억원) 정도로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면서 사실상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당시 보고서는 소비 및 생산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서머타임제 도입 반대입장 측에서는 이 제도가 되려 에너지 소비를 부추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각 지역(카운티)별로 서머타임제가 시행되다 2006년 주정부에 의해 주내 모든 지역이 서머타임제를 적용 받은 미국 인디애나주를 예로 들며 "전반적으로 0.98%의 전기가 더 많이 소모됐다"고 말했다. 낮 시간을 활용하는 만큼 조명에 드는 비용은 줄지만, 그만큼 냉방비가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머타임제가 자리를 못 잡고 계속 실패하고 있는 데엔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 자오선이 동해쪽에 위치, 30분의 서머타임제 효과가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