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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윤따거'에 5% 부족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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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윤따거'에 5% 부족한 것

입력
2009.02.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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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신뢰를 취임 일성으로 내세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 빠르고 통 큰 행보가 연일 뉴스다. 강만수 전 장관이 재임 내내 시장과의 불화에 시달렸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책 리더십 확보와 내부 소통을 통한 팀웍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한국은행을 직접 찾아가 "한은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성태) 총재님을 잘 모시겠다"고 화합의 손을 내민 것은 보기에도 좋았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또 어떤 곳이든 자세를 낮춰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벤트로는 수준급이다.

'모랫바닥에 코 박고… '발언 실망

따지고 보면 작금의 경제 상황은 윤 장관에게 불리할 것 없다.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조만간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지만, 경기부양을 위해선 대담하고 비상한 처방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큰 만큼 운신과 정책수단의 폭도 넓다. '마이너스 2% 성장, 일자리 20만개 감소, 경상수지 적자 130억달러'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했으니 더 잃을 것도 없는 셈이다. 윤 장관이 이전 같으면 대놓고 말하기 힘든 금산분리,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감세, 서비스산업 개방,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등의 민감한 사안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배경이다.

그런데 '모피아의 따거(大哥ㆍ큰형)'로 불리며 조직 상하의 신망이 두터운 그의 행보에 마냥 박수만 치기 어렵다. 거침없는 언행에서 관치의 그림자를 느끼거나 때로 공직윤리를 의심하게 하는 관료적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과 태도는 도덕성보다 정책 검증에 더 무게가 실린 국회 인증 청문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그가 연봉 6억원을 받고 로펌 김&장의 고문으로 활동한 것을 따지는 야당의원들의 공세에 "직업 선택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우리는 (그만두면) 모랫바닥에 코 박고 죽어야 하나"라고 응수한 대목에선 엄정한 공직자의 자세를 찾을 수 없었다.

잘 나가는 부처에서 고위직을 지낸 공직자들이 퇴임 후 거액을 받고 대형 로펌 등에 취업하고 또다시 장관 등 고위직을 맡는 바람에 "정부와 로펌 사이에 보험성 회전문이 돌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직 시절 그가 얼마나 박봉에 시달렸는지는 모르나 월 5,000만원의 급여가 모랫바닥에 코를 박지 않기 위한 것이고, 그것도 젊은 변호사들에게 경제흐름과 방향을 단순히 조언한 대가라고 여긴다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다. 로펌이 자선단체가 아닌 한 상식을 넘는 고문료를 지급하면서 고위 공직자들을 영입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현 정권의 인맥만 봐도 로펌이 경력관리 정거장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로펌이 필요로 하는 그들의 전문성과 지식은 수십년 간 국민의 세금으로 얻어진 것이다.

자신의 처신에 최소 유감이나 사과 정도는 표시했어야 할 윤 장관은 장관을 그만두면 다시 김&장에 돌아갈 것인가라고 따지는 질문에 "아직 생각 안 해 봤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공직자들은 관련법상 일부 로펌 외에는 퇴직 후 의탁할 곳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금융감독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다시 불려 나왔다는 그의 말도 듣기 민망하다.

공직 사명감과 진퇴 더 분명하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참모들이 로비업체에서 백악관으로, 백악관에서 로비업체로 옮겨 다니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국사회가 워싱턴을 누비는 로비업체들 때문에 병들었다는 판단에서다. "공직은 미국인의 이익에 순수하고 절대적으로 봉사해야 하는 특권이다. 자신이나 가족, 친구, 혹은 기업의 이익에 봉사하라는 특권이 아니다."

한 번 걸러진 일을 재론하는 것이 갈 길 바쁜 사람의 뒷덜미를 잡는 것 같아 꺼림칙하지만 윤 장관은 이 문제에 보다 분명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하는 정직 신뢰 소통 등의 가치를 고양하고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과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그래야 '윤따거'가 말하면 시장이 듣는다.

이유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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