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8년 8월31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대포동 발사대에서 로켓 1기를 쏘아 올렸다. 개발단계부터 이 발사체에 대포동 1호라는 이름을 붙이고 감시해온 한미 정보당국은 크게 당황했다. 사거리 1,600㎞의 2단형 탄도미사일로 예상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탄도를 그리며 훨씬 멀리 날아갔기 때문이다. 나흘 후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다단계 운반 로켓으로 첫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광명성 1호 인공위성이 165분6초 주기로 지구를 돌며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의 혁명 가곡을 27㎒로 전송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 그러나 전송 신호 등의 객관적 증거는 포착되지 않았다. 미국 과학자협회(FAS)는 3단계 로켓의 고체 추진연료가 발화하기 전 폭발해 소형위성이 탑재된 우주발사체가 궤도 진입 직전 파손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의 로켓 기술을 세계에 과시하는 데는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 스커드, 로동미사일 시리즈를 화성으로 부르는 것과는 달리 이 로켓에는 백두산 1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김일성 사망 후 고난의 행군 기간을 거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체제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광명성. 백두산 1호는 대대적으로 활용됐다.
■ 북한이 무수단리에서 발사준비를 진행 중인 대포동 2호 추정 발사체도 미사일이 아닌 위성운반체로 실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매체 '글로벌 시큐리티'의 찰스 빅 선임기술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이란의 위성 발사도 예상했었는데 이란은 7일 위성 운반용 로켓 사피르 2호로 오미디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평화적 우주이용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며 이란을 적극 두둔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뿐만 아니라 위성발사 기술도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인공위성 로켓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ICBM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고열을 견디는 특수 기술이 필요하다. 북한이 이 기술을 습득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발사 후 파장 등을 고려할 때도 인공위성 발사 형식이 유리하다. 그렇다면 1998년과 2006년 발사 로켓의 결함을 보완한 백두산 2호에 광명성 2호를 실어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시기는 3월8일 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김 위원장 재추대 등 내부 정치 일정과도 맞물릴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뜻대로 받아줄지는 별개 문제이지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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