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설상가상. 최악 중의 최악이다.
끊이지 않는 잇단 악재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불참 선언과 부상 소식, 그것도 모자라 김병현의 '여권분실 파문'까지 터지면서 대표팀 관계자들은 깊은 한숨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와이에서 소속팀 한화의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인식 감독은 대표팀이 입국한 16일(한국시간)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김병현의 엔트리 제외 소식을 전하며 연방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지난 4개월 내내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박진만도 (부상 상태가) 안 좋고, 박기혁도 연습에 지장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황당한 일까지 벌어질 수 있나"라며 "왜 나한테 감독을 맡겼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 젓는 김 감독을 바라보는 코치진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로 모든 악재가 마무리되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힘 빠진 넋두리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김 감독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졌다.
대표팀은 박찬호(필라델피아) 이승엽(요미우리) 김동주(두산) 등 터줏대감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전력에 구멍이 뚫렸다. '수비의 핵' 박진만(삼성)은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 제외가 유력시되고, 박진만의 공백을 메워줘야 할 박기혁(롯데)마저 소속팀 전지훈련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 옆구리 부상을 입었다.
박기혁은 15일 하와이로 합류했지만 옆구리 통증으로 인해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 감독은 "둘 다 안되면 손시헌(두산)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면서 "여러 가지로 코너에 몰려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창용(야쿠르트)마저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하와이 전지훈련 합류가 무산됐고, 추신수(클리블랜드)는 팀 사정상 25일에나 합류가 가능하다. 3월1일 일본에 입성할 때까지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일주일도 채 안 된다. 여기에 설상가상 김병현이 여권을 분실하면서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를 하는 것보다 멤버 구성하는 게 더 힘들다"며 "젊은 선수들의 빠른 기동력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지상 낙원' 하와이의 하루하루는 힘겹기만 하다.
한편 16일 밤 MBC 보도에 따르면 잃어버린 여권을 되찾은 것으로 확인된 김병현은 대표팀 합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김인식 감독의 수락여부가 주목된다.
호놀룰루(하와이)=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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