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경제학도 진화해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경제학도 진화해야

입력
2009.02.19 07:08
0 0

경제위기가 경제학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그냥 놔두면 시장경제는 알아서 잘 작동할 것이라던 믿음이 깨지고 있다. 급작스럽게 다가온 위기의 현실 앞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놀라며 당황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기까지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의아해 하고 있다.

기존 신고전파 경제학이 급변하는 경제 현실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1970년대 세계경제가 오일쇼크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이미 영국의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은 "경제학의 위기"를 외쳤다. 전후 호황기가 끝나고 최초의 위기국면을 맞이하면서 이미 경제학은 위기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경제학이 한계를 드러내게 된 이유는 그것이 고전역학의 개념 틀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세계는 스스로 조절하며 마찰 없이 돌아가는 '자동제어장치' 같은 것이다. 항상 균형 상태에 있으며, 외부 충격에 의해 균형에서 벗어나더라도 상쇄하는 힘의 작용에 의해 다시 균형으로 회귀한다. 이러한 세계에서는 내생적인 불안정성이나 급격한 변화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현실은 경제학이 그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왔다.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격변의 소용돌이', '다양성의 확대와 새로운 것의 끊임없는 출현'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몸담고 있는 경제 현실이다. 이제 경제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것은 고전역학의 패러다임에서 복잡성과 진화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 경제현실을 불완전한 주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는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복잡 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라고 한다. 우리 몸 면역체계 내의 세포들, 생태계에서 상호 작용하는 유기체들, 그리고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수많은 이용자들의 세계가 다 '복잡 적응계'이다. 이들은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뤄져 있으면서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적으로 아주 복잡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발현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경제도 서로 교류하는 다양한 인간들의 집합체, 즉 복잡 적응계이다. '균형은 보이지 않고 역동적인 활동으로 가득 찬 그야말로 사람들이 와글와글하는 마치 꿀벌 통 같은 상태'가 현실경제의 참 모습이다. 합리적이고 균일한 주체들로 이루어져 항상 균형상태에 있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세계는 이제 허물어져야 한다. 불완전하고 다양한 개인들의 상호 작용함으로써 불안정성과 급변이 항상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둘째, 경제의 지속적인 변화과정을 변이와 선별의 진화 메커니즘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보통 '진화'하면 생물의 진화를 떠올린다. 그러나 진화를 생물계에 한정된 것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경제의 내생적 변화는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이것이 누적적 증폭 과정을 거쳐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경제가 불안정과 요동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발전을 지속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진화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진화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며 보다 적합한 질서(order)를 찾아간다.

결국 경제학은 균형 경제학에서 불균형 경제학이 되어야 한다. 정태적 경제학에서 동태적 경제학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복잡성과 진화를 경제현실 설명의 핵심으로 도입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경제위기는 경제학의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창욱 삼성경제연구소 복잡계센터장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