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 그룹 회생 자구계획안의 매각 대상에서 빠졌다. 일단 당장은 팔릴 운명에선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GM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에 제출한 회생자구안에 따르면 현재 8개 브랜드 가운데 4개를 매각하고 ▦뷰익 ▦캐딜락 ▦시보레 ▦GMC 등 4개만 남겨둘 계획이다. GM대우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GM 관계자는 "GM대우는 GM의 주요 계열사로 분류되어 있는 만큼 향후 회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진기지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그냥 안심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계속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GM이 자구안에서 GM대우 매각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미래 중장기 비전이나 지원 계획도 전혀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장장 117페이지에 걸친 'GM 2009-2014 Restructuring Plan(구조조정 계획)'이라는 제목의 GM 자구안에 GM대우에 대한 언급은 과거 대우자동차의 부도 사례를 든 것 외에는 단 한 줄도 없다.
GM의 자구안이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점도 GM대우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단 정부의 자구안 제출시한을 맞추기 위해 GM과 크라이슬러가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했지만, 미 정부는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면서 3월말까지 추가적인 자구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GM대우의 거취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추가 자구안도 마련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UAW 측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결국은 파산보호신청(챕터11)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GM 자구안은 무용지물이 되면서 GM대우의 향방은 결국 미국 정부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GM에서 비롯된 유동성 문제가 GM대우까지 이미 번진 상태다. 차량 생산의 90% 이상을 GM의 브랜드 수출에 의존하는 GM대우의 수익 구조 때문이다.
GM대우는 지난해 10월부터 베네수엘라, 러시아, 동유럽 등지에 수출한 대금 1조원 가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GM대우도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GM대우는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신용공여한도를 이미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공여한도가 바닥나 추가 자금을 산업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GM대우는 수금이 불투명한 수출을 자제하며 감산까지 들어갔다. 지금 상황에서 시보레나 오펠 브랜드로 수출을 해봐야 제때 수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GM대우의 매각 가능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GM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정적 순간에 GM대우를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GM대우가 GM의 여러 브랜드들중 가장 경쟁력 있는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소형차가 대세인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GM대우가 무엇보다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브랜드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결국 GM이 파산하든, 회생하든 GM대우의 위기상황은 단기간내 해소되기 힘들어 보인다. GM대우 관계자는 "GM이 GM대우를 통해 글로벌 경차 및 소형차 개발을 하고 있는 만큼 쉽게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이라며 "GM대우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쌓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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