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이미 졸업식을 거행한 학교도 있고 졸업식을 앞두고 준비하는 학교도 있다. 졸업생에게 축하를 해주고 또 그 동안 수고하신 은사님과 부모님께 감사 드려야 할 때이다. 비록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로에게 꽃다발을 한 아름씩 주고받으며 함박 웃을 수 있는 졸업식이 있어 무척 다행스럽다.
형식과 권위에 치우쳐
하지만 졸업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졸업생 모두에게 상을 한 개 이상씩 수여하고 있다. 이는 상의 교육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부적절한 처사이다. 모든 졸업생이 소중하고 또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모두에게 상을 주는 것은 곧 아무에게도 주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되어버린다. 사람들 앞에서 상을 주는 중요한 이유는 남들보다 뛰어난 업적이나 훌륭한 행동을 칭찬하여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소수 학생들이 많은 상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순히 들러리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가족들이나 친척들이 졸업을 축하해주러 참석하겠다고 하면 극구 사양하곤 한다. 그리고 졸업식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한 교사들과 졸업생들의 즐겁고 아쉬운 시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학교장과 외부 인사들의 딱딱한 회고사와 축사로 일관하여 학교에 대한 마지막 기억조차 우울하게 만든다.
대학교의 졸업식은 또 어떠한가? 권위적이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박사학위 수여식 위주로 진행되는 졸업식에는 소수의 수상자를 제외하고는 학부나 석사 졸업생들이 거의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 졸업식이 거행되는 동안, 많은 학생들은 식장 밖에서 친구들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학창시절 내내 직접 만나서 말 한마디 해보지 못한 총장과 외부 인사의 축사들이 귀에 들어올 리도 없으려니와, 졸업하는 날까지 지루하게 들러리를 서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아예 일부 학생들은 졸업식 날 대학캠퍼스가 매우 혼잡할 것을 예상하고 그 날을 피해서 친구들과 미리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요컨대, 요즈음 많은 졸업식들이 지나치게 산만하거나 형식적이고 권위적이어서 비교육적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졸업식에 대한 기억이 졸업 후 학교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된다. 그래서 졸업식은 모든 졸업생들에게 매우 감동적이면서도 의미 있는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너무 산만하거나 형식적이지 않아야 하고, 모든 졸업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싶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행사는 줄이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식전 행사나 식후 행사들을 다양하게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ㆍ교사 중심으로 바꿔야
졸업식은 가족이나 친척들을 위한 모임이 아닌, 졸업생과 교사들을 위한 모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가족이나 친척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다른 기회를 통해서도 쉽게 가질 수 있지만, 동료 졸업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만나서 대화하고 서로 헤어짐의 아쉬움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교육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졸업식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간식 등을 먹으면서 간단한 파티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할 필요도 있다. 다만'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는 공자님 말씀처럼, 학교의 졸업식이 형식과 무형식 중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중용의 도를 지키면서 교육적으로 거행되어야 할 것이다.
백순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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