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의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18일에도 문을 열자마자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한 때 1,100선이 무너졌다. 1,210(6일)까지 치고 올라갔던 지수가 하루(13일)를 빼고 계속 떨어져 8거래일 만에 100포인트를 까먹은 것.
뉴욕 증시가 밤새 300포인트(3.79%) 가까이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12.5원이나 올라 1,400원대 중반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1,100선을 지켜낸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관심은 추락하는 증시를 받아내 줄 버팀목은 어디쯤 있을 지, 그리고 악재의 공세를 얼마나 견뎌낼 지 여부이다.
1,100을 사수하라
1,080~1,100에서 마지노선이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딱 2거래일(1월 21일, 23일)을 빼고는 1,100선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마지노선을 지켜낼 힘은 무엇일까.
가장 큰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는 환율 상승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부족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다”면서 “1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 이상 유지하고 있는데다 한ㆍ미 통화스와프 연장으로 900억 달러를 확보해서 단기 유동성위기는 버틸 만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말 691bp(100bp=1%)까지 치솟았던 우리나라 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418bp 수준(17일 기준) 정도 여서 과거보다 상황이 안정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기업이 직접 디폴트(부도)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은 금융기관,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주식 시장의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증시는 아킬레스 건이었던 건설 업종이 부동산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힘을 내면서 지난 4분기에 비해 안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1,000도 위험해질 수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1,000선 붕괴 가능성도 내놓고 있는데 그 근거 역시 환율 불안이다. 우리은행이 2004년 발행한 4억 달러 어치 후순위채권에 대해 콜 옵션을 포기하면서 “국내 은행의 외화 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졌다.
또 아일랜드와 러시아, 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이들에게 돈을 꿔 준 서유럽 국가까지 금융 불안에 휩싸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 고점 1,500원 이상으로 치솟으면 코스피 지수 1,000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체결을 빼면 경제 전반의 기초 체력이 크게 달라진 게 없고 경기 침체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도 위험 요소이다. 결국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다시 불거지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돈을 빼 금과 국채 등으로 옮길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차분히 접근하라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당분간 종목별 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금 확보를 염두에 두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태근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수 대비 상승 폭이 컸던 개별 종목들은 하락 시 더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적 등 펀더멘탈의 뒷받침 없이 정책 관련 테마라는 이유로 오른 일부 종목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봉 과장은 “박스 권 하단까지 지수가 내려가는 것을 기다리는 전략이 유효하며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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