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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왜 다시 케인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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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왜 다시 케인스인가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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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세계화를 완전히 수용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자본주의가 경험하지 못했던 거대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정책결정자들은 케인스가 쓴 글들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케인스가, 사후 63년 만에, 마침내 한국을 방문한 것 같다."(<존 메이너드 케인스> 한국어판 서문)

전 지구적 경제위기 속에서 가장 각광 받는 경제학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다. 세계 경제사의 흐름에서 이것은 역설이고 반전이다.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케인스주의는 비효율과 인플레이션, 노동조합의 팽창 등과 동일시되며 30년 넘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맹신이 대공황의 공포로 귀결되자, 너도나도 케인스로 귀환하고 있다.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부터 군산복합체 투자를 주장하는 이들까지, 이젠 모두 케인스주의자를 자처한다.

정치경제학자인 로버트 스키델스키(70) 영국 워릭대 명예교수가 쓴 <존 메이너드 케인스> 는 그렇게 '케인스 부활'을 외치는 소란 속에서 케인스의 본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전기다. 1983년 1권 '배반된 희망', 1992년 2권 '구원자로서의 경제학자'가 출간됐고 2000년 3권 '영국을 위한 투쟁'으로 마무리된 방대한 책이다. 경제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꼽혀온 이 책이 처음 한글로 번역돼 나왔다(후마니타스 발행). 역자는 영국 정치를 전공한 고세훈 고려대 교수다.

1,600쪽(전2권)이 넘는 이 전기에는 케인스의 경제사상뿐 아니라 관료로서 케인스의 행적, 그리고 환투기와 동성애 전력 등 인간 케인스의 속살까지 모두 담겨 있다. 버지니아 울프, 버트런드 러셀, 비트겐슈타인, 처칠, 루스벨트 등 20세기를 풍미한 숱한 인물과 케인스의 교류도 기록하고 있다.

1ㆍ2차 세계대전과 국제경제 질서의 구축을 줄기로 삼은 서사가 펼쳐지면서, 동시에 케인스가 이룩한 경제학의 산맥을 보여주는 이론서로 부족함이 없다. 한 비범한 경제학자의 삶을 통해 20세기 인류를 규정지은 경제 담론의 맥을 짚어볼 수 있다.

스키델스키 교수는 무엇보다 케인스라는 이름이 두터운 오해로 덮여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케인스가 시장의 불완전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과 능력을 절대적으로 옹호했다는 관점이다.

저자는 그러나 "케인스에게 있어서 불확실성은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에 모두 존재하며, 이 불확실성이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경제를 위축시킨다면, 그것은 정부 정책의 효과에도 똑 같이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케인스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의 개입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국가의 개입이 어떤 것이냐'라는 시각이다.

저자는 "케인스는 '신은 인간에게 우주의 신비를 간파하는 능력이 아니라 제한된 통찰만 허용했다. 비합리적인 세상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을 가져오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고 밝힌다. "케인스의 제자들이 각국의 정책입안자로 행동한 1960~70년대에, 케인스의 도구만 물려받고 그 도구의 범위와 효율성에 제한을 두는 케인스의 철학은 물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케인스주의가 역사 속에서 잘못 적용됐으며, 지금도 오도된 방법으로 정책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1997, 98년의 금융위기 등을 거론하며 "케인스가 제시했던 원리들은 한국의 조급한 세계화 추진에 대한 적절한 경고가 될 수 있다"며 "그는 아마 수출 주도 성장을 위해 외환을 지속적으로 비축하는 정책에 비판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제성장은 그것이 사람들을 윤리적으로 향상시키는 한에서 정당하다'는 케인스의 관점을 강조하면서 "케인스의 사상은 세계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한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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