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폭로한 용산 철거민 진압 참사 홍보지침 이메일과 관련, 작성자인 이성호(5급) 행정관의 단독 행동이라며 밝혔지만 그리 간단하게 사안이 마무리 될 것 같지는 않다. 배후는 없었는지, 이메일 내용이 경찰의 어느 선까지 보고돼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는지, 왜 청와대는 처음엔 부인으로 일관했는지 등의 의문점들이 전혀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먼저 이번 일이 이 행정관의 단독 행위였느냐 하는 점이 의문이다. 아무리 사신(私信)이라도 청와대에서 보낸 이메일이라면 정부기관에서는 공식, 비공식 문서 여부를 떠나 가장 중요한 업무지침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이메일 내용은 외부 유출 시 엄청난 파장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인화성이 큰 내용이다. 이런 폭발력이 큰 문건을 행정관이 단독으로 작성해 개인적으로 지침을 하달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메일 내용을 접수한 뒤 이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도 알려진 것이 없다. 청와대에서 보내온 지침을 담당자 혼자만 알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경찰 지휘부의 어느 선까지 보고됐으며, 이런 지침을 바탕으로 어떤 홍보행위에 나섰는지가 앞으로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경찰이 용산 참사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됐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청와대는 김 의원의 폭로에 대해 초기에 부인으로 일관했다. 청와대가 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 자체 조사도 하지 않고 무조건 부인으로 맞섰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경찰 홍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도 청와대 내에서는 몇 곳 되지 않는다. 금방 조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진상을 알면서도 은폐ㆍ축소를 하기 위해 거짓으로 대응했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특검 도입 등을 주장하면서 이번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해 총공세에 나설 태세다.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연쇄살인사건을 이용하려 한 부적절성은 물론,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과정까지 포함해 이번 사안을 '이메일 게이트'로 규정해 야권 공동으로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당사자인 이 행정관에 대해 구두로 경고하는 선에서 일단 조치를 마무리했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이 행정관에는 강력한 징계조치를 하고 관련 라인의 핵심 참모들도 중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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