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는 선종 소식이 전해진 16일 밤부터 일반인과 각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당 입구에는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주님 스테파노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라는 대형 추모 글귀가 걸리고 고인을 상징하는 흰색 추기경 깃발이 검은 리본과 함께 게양됐다.
천주교 측은 김 추기경이 이날 오후 6시 12분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하자 9시 40분께 명동성당으로 시신을 옮겨와 곧바로 빈소를 마련했다. 하얀 천에 덮인 시신이 서울 교구회 신부 8명에 의해 대성전 문 안으로 들어오자 시민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관 주위로 몰려 들었다.
강성열(63)씨는 "평소 명동성당에 다녔는데 한번도 뵙지 못했다.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시신은 곧장 대성전 제대 앞에 안치됐다. 시신은 성수를 뿌리고 분향을 하는 간략한 안치식 이후 대형 유리관에 덮여 사진과 함께 모셔졌다.
안치식에는 한승수 국무총리 내외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월주 조계종 전 총무원장 등도 참석했다. 시신이 안치되자 미리 모인 천주교 신자 1,000여명은 연도(煉禱ㆍ천주교에서 죽은 이에게 드리는 기도)를 바치며 고인을 추모했다. 미처 대성전에 들어가지 못한 신도들은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성당 좌우측의 대형 스크린에 비친 생전의 추기경 모습과 사진을 보며 기도했다. 일부 신자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시신이 명동성당에 도착하기 전 허영엽 천주교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은 "고인이 최근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자 '평생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빈소를 찾은 한승수 총리는 40여분간 일반 신도들과 함께 연도를 한 뒤 "나라의 큰 어른이신데 매우 아쉽다. 하늘에서도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기도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애도했다. 이어 각계 인사와 일반인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천주교 측은 "장례를 검소하게 치르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명인사의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관계자와 조문을 하면서 대한민국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대훈장을 가져와 시신 옆에 놓았다. 천주교 측은 당초 정부가 김 추기경의 뜻을 기려 수여한 것으로 알았으나, 실상은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수여 한 것을 김 추기경이 거부해 그 동안 정부가 보관해오다가 뒤늦게 유 장관이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천주교 관계자들은 훈장을 치우지도 못하고 한때 난감해 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일반인들의 발길은 자정까지 이어졌다. 오후 7시 선종 소식을 듣자마자 명동성당으로 달려왔다는 천주교 신자 노정민(47ㆍ여)씨는 "한국 천주교를 상징하는 큰 별이 졌다"며 흐느꼈다. 김병철(51)씨도 "군사정권 시절 등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하셨던 분이 돌아가셨기에 슬픔이 크다"고 말했다. 이덕남(67)씨는 "한 시대의 아픔과 어려움을 앞서서 헤쳐 나온 분인데 참 안타깝다. 항상 핍박받고 어려운 사람들 입장에서 성경말씀을 실천하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비신자들도 고인의 선종을 애도했다. 불교 신자인 진대호(39)씨는 "종교간 소통을 강조하시던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찾았다"며 "종교간 벽을 떠나 큰 어른을 잃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병기(45ㆍ회사원)씨는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 광주에 내려가서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던 모습이 선하다. 참 용기있는 지도자였다"며 추모했다.
이승희(33ㆍ여ㆍ공인회계사)씨는 "김 추기경이 존경을 받았던 것은 포용의 정신 때문"이라며 "포용을 바탕으로 고비마다 우리 사회가 나갈 길을 제시해 준 분이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우진(40ㆍ연극배우)씨는 "민주화 과정 등 우리 사회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김 추기경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힘이 되었는데 이제 뵐 수 없게 됐다"며 "앞으로 그 빈자리가 더 커보일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송태희 기자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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