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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Come back to Bad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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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프로의 生生 토크] Come back to Baduk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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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둑을 시작한 건 여섯 살 때부터다. 엄마와 동네를 산책하다 바둑 학원을 보고는 내가 먼저 다니겠다며 졸랐다고 한다. 당시 부모님도 바둑을 잘 몰랐던 때인데 왜 그랬는지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뭔가 끌리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 입문반에 들어가서 2주간 바둑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급반 학생들이 참가하는 학원 내 리그전이 열렸다. 선생님이 깍두기로 참가시켜 주셨는데 이게 웬일, 내가 그만 1등을 했다.

상품으로 받은 보라색 학용품 세트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고 여섯 살짜리 계집애가 "난 앞으로 꼭 바둑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던 기억이 지금도 너무 생생하다.

난 그렇게 '바둑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고 열 여섯 살 나던 해 프로가 됐다. 벌써 10년 전이다. 그때는 10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를 줄 몰랐는데…. 그리고 10년쯤 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내는, 더 성공한 모습일 줄 알았는데 역시 프로의 세계는 쉬운 곳이 아니었다.

추호도 의심 없이 '천직'이라 생각한 바둑의 길이었지만 입단하고 나서 방황을 수도 없이 했다. 자신감 넘쳤던 재주와 열정은 알고 보니 프로 세계에선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필수 종목' 이었고 나보다 뛰어난, 게다가 나보다 훨씬 더 노력하는 프로들이 한마디로 '징글징글'하게 많았다.

뭔가 변화를 찾기 위해 대학도 가 보고, 이것 저것 배우기도 하고, 방송도 해 보고, 많은 것을 해 봤다.

하지만 늘 그 자리였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드디어 깨달았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대회에서 1등을 하든 100등을 하건 그저 내가 좋아하는 바둑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것, 매일 매일 공부하면서 어제보다는 오늘 내 바둑이 좀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갖는 것,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한 마디로 바둑을 너무 너무 좋아한다는 것. 왜 그걸 진작 깨닫지 못하고 오랫동안 여기 저기 기웃거렸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동안 마음고생 했던 내 자신이 불쌍해서라도 이제부터는 바둑을 최대한 즐기면서 지낼 작정이다. 대신 미친 듯이, 보다 더 열심히….

처음 칼럼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 글쓰기라고는 초등학교 때 글짓기 학원 다닌 게 전부고 책 읽는 걸 많이 좋아하긴 했지만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는 게 너무 부담이 됐다. 그래서 무게감 있는 글보다는 동료 프로 기사들의 평소 생활 모습이나 에피소드를 소재로, 편하고 재미있게 쓰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1년간 2주에 한 번씩 주위 동료들의 얘기를 글로 쓰다 보니 평소 무감각하게 느꼈던 그들을 좀더 자세히 관찰하면서 장점을 빼내 배우기도 하고 더욱 더 인간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계기도 됐다. 부족한 글인데도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일년 내내 무척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재미있게 읽어주신 바둑팬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바둑으로 성원에 보답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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