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육 1번지' 서울이 충격에 빠졌다. 16일 발표된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결과, 서울의 학력 수준이 전 학년, 전 과목에 걸쳐 전국 최하위권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학력 신장'에 있다"고 줄곧 강조해왔던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공언을 무색케 하는 결과다.
서울은 해당 시도 학생들의 평균적인 학력 정도를 보여주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과 수학(修學)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얼마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에서 모두 바닥권을 기록했다. 또 강남-강북 등 지역간 학력 격차도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돼 '교육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시ㆍ도와 견줘 서울 초ㆍ중ㆍ고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우선 중3의 경우 서울은 5개 과목의 기초학력미달 평균 비율(12.8%)이 전국 16개 시ㆍ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울산(6.3%)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초6(2.7%)의 경우에도 경남(2.9%) 다음으로 학력 미달자가 많았다. 고1(12.2%)도 충남(12.8%)에 이어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통학력이상 비율에서도 고1은 국어(13위), 수학(12위), 영어(11위) 등 주요 과목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초6과 중3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1위 시ㆍ도와 비교하면 평균 5~10% 포인트의 격차를 나타냈다.
지역간 학력 양극화 현상도 심각했다. 서울의 전반적인 열세 속에서도 강남 지역은 '강남 불패' 신화를 유감없이 입증했다. 중3의 경우 강남교육청(강남ㆍ서초구)은 국어(77.3%), 수학(73.7%), 영어(84.6%) 과목의 보통학력이상 비율이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 중 1위를 기록했다. 초6 역시 영어(95.1%), 수학(93.6%)은 1위, 국어(90.8%)는 강원 영월(91.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초6의 경우 꼴찌를 기록한 동부교육청(동대문ㆍ중랑구)은 강남과 비교해 보통학력이상 비율(국어 75.7%, 수학 78.9%, 영어 77.7%)에서 2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기초학력미달 비율(영어)도 4.6%를 기록, 강남(0.8%)의 8배에 달했다.
중3은 남부(영등포ㆍ구로ㆍ금천구)교육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남부교육청은 5개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가장 높아 강남과 2~3배의 격차를 보였다. 보통학력이상 비율도 50.2%를 나타낸 국어의 경우 강남에 비해 무려 27.1% 포인트나 낮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시교육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인 교육격차 해소 사업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나왔다"며 허탈해 했다. 시교육청은 저소득층 학생의 학업 지원을 위해 올해 312개 학교를 '교육지원우선지구' 대상으로 선정, 총 376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이 17일 발표할 후속 대책에는 평가 결과를 행ㆍ재정적 지원은 물론, 교장ㆍ교원인사에까지 연계하는 등 강도높은 조치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 용어 해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초ㆍ중ㆍ고 학생의 객관적인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학교급별로 주요 단계(Key Stage)인 초등 6년, 중 3년, 고 1년을 대상으로 매년 10월 치러진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5개 과목을 평가한다. 과목별 평가 결과는 학생에게는 4단계(우수, 보통이상, 기초, 기초미달), 정부 발표는 3단계(보통이상, 기초, 기초학력미달)로 산출한다. 초ㆍ중학교는 지역교육청 단위, 고교는 시ㆍ도교육청 단위까지 산출한다. 원점수, 평균, 석차 등 자료는 제공되지 않는다.
●보통이상ㆍ기초ㆍ기초학력 미달
-보통학력과 기초학력은 평가대상 학년급 학생들이 성취하기를 기대하는 기본 내용을 각각 상당부분(50~80%), 혹은 부분적으로(20~50%) 이해한 수준이다. 기초학력 미달은 해당 학년에 기대되는 최소 목표 수준에 이르지 못해 별도의 보정 교육 없이는 다음 학년의 교수ㆍ학습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경우다. 통상 목표 성취수준의 20%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를 말한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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