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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강간죄 인정'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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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강간죄 인정' 첫 판결

입력
2009.02.1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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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한 경우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부장 고종주)는 18일 가정집에 침입해 돈을 훔치고 호적상 남자인 50대 성전환자를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신모(28)씨에 대해 강간죄 등을 적용,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보통의 여성처럼 성행위가 가능하고 실제 성적 침탈행위가 있었다면 여성으로서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호적상 남자지만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 행동해오다 24세 때인 1974년 병원에서 성전환증 확진을 받고 나서 성전환수술을 받았으며, 이런 사정을 아는 남성과 과거 10년간 동거하는 등 여성으로 생활해온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피해자는 형법에서 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미 대법원에서도 2006년 6월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신청을 받아들여 성전환자의 사회ㆍ심리적 성별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해자를 강간죄의 피해자로 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대법원은 1996년 비슷한 사건 판결에서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ㆍ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남자로 생활한 기간(33년) 등을 고려할 때 트랜스젠더 피해자(당시 38세)를 강간죄에서 규정한 '부녀'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당초 남성간 성폭행에 대해 강간죄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신씨를 특수강도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으나, 재판부와 협의를 거쳐 주거침입과 강간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한편 재판장인 고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7일 부부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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