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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광고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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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효의 유씨씨] 광고도 작품이다

입력
2009.02.19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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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된 <개그콘서트> '황현희 피디의 소비자 고발'의 한 장면에서 황피디는 이렇게 일갈한다. "아니, 그 아파트 정원을 아무리 달려도 거기를 매일 달린다던 김혜수는 왜 안 보이는 거야? 빵집에서 하루 종일 기다려도 온다던 김태희는 도대체 어디 간 거야?"

가수 신해철은 최근 한 학원광고에 출연했다가 네티즌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평소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자주 하던 그가 그 한국적 사교육 열풍의 주역인 학원 광고에 출연했다는 게 이유다. 교복업체들은 아이돌 스타들을 더 이상 교복광고에 출연시키지 않기로 했다. 그들의 출연료를 교복 가격에 붙여 학부모들에게 전가시키지 않겠다는 의도이다.

스타의 신뢰ㆍ도덕성 걸려

스타들의 아파트 광고 출연에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각 사회단체들이 아파트 과장 광고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한때 최고 스타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파트 광고에 스타들이 출연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단다. 대부업체 광고를 보면 이제 얼굴을 알만한 연예 스타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미국의 TV에는 유명 연예 스타들이 출연하는 광고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광고가 무명의 광고 전문배우의 출연으로 만들어진다. 미국에 있을 때 같이 공부하던 미국 교수와 학생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가령 톰 크루즈가 두통약 광고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약을 먹고 두통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톰 크루즈는 거짓말을 한 것이다. 미국적인 문화 속에서 그런 부분이 스타들에게는 부담스러울 것", "그들은 신인데 신이 지상에 내려와 구차하게 물건을 판다는 게 미국적 스타 개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그들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일반인 보다는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인데 광고까지 출연해 엄청난 출연료를 받아간다면 한 사회 전체의 균형 있는 소득분배라는 측면에서도 옳지 않은 것" 등이 그 때 나온 미국 사람들의 의견들이었다.

20세기 초 헐리우드의 스튜디오 운영자들은 안정적인 흥행을 위해 관객들이 영화를 소비하기 보다는 스타를 소비하도록 유도했다. 이때부터 신격화된 스타는 부르주아적 욕망을 투사하는 대상이 됐다. 천국 같은 미국의 교외 중산층 주거지를 여신처럼 걷는 아름다운 스타들을 영화로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현실을 투사하고 위로 받았다. 신기하게도 한국에서는 광고가 스타를 통한 이런 중산층적 욕망을 소비자에게 투사하는 매체가 되었다.

사람들은 광고를 보면서 그들이 사는 천국 같은 아파트를 동경하고, 그들이 마시는 커피를 마시며, 그들이 입는 옷을 입고, 그들이 운전하는 자동차 속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첨단의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자신을 꿈꿨다. 스타들은 광고에 출연하면서도 자신의 인지도와 이미지만 빌려주면 되었지, 자신의 신뢰도나 도덕성은 걸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상황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조용한 소비자운동 시작

광고에 출연한 스타들은 해당 상품의 신뢰도나 도덕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광고를 그냥 스타들의 과외 활동으로 용인해 주었던 사람들이 광고도 하나의 작품으로 그들의 삶과 인생의 가치를 걸어주기를 바라게 되었다. 대부업체 광고에 아무 생각 없이 출연했던 스타들이 혹독한 비난 속에서 서둘러 계약을 파기 할 때 이미 이 조용한 소비자 운동은 시작됐던 것이다.

몇 년 전 반짝 인기를 얻었던 한 신인 스타는 그 해 20여 개의 TV 광고에 출연하며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반면 탤런트 김혜자씨는 수십 년 동안 한 회사의 광고에만 출연했다. 진정한 스타에게 이미지는 마구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두고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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