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상환기일이 돌아오는 160조원 가량의 중소기업 대출만기가 1년간 전액 연장(폐업ㆍ부도 등은 제외)된다. 또 대부분 은행들이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게 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15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9개 은행장들과 워크숍을 갖고, 6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 같은 내용의 실물경제 지원방안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우선 은행들은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중소기업의 보증부 대출은 물론, 보증이 없는 일반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만기를 1년간 연장해 주기로 했다. 현재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총 424조원으로 이중 보증부 대출 34조원을 포함해 160조원 가량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이 최근 중소기업 보증분에 대해 전액 만기연장키로 결정한 데 이어 은행들이 일반대출 만기도 연장해주기로 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대출금 상환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규대출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기존 대출금 상환 때문에 기업이 쓰러지는 일은 없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폐업이나 부도를 당한 기업대출은 만기연장에서 제외된다.
은행들은 또 자본확충펀드도 적극 활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자본확충펀드는 은행들이 재무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기업대출을 꺼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 자본금확충 지원용으로 조성한 준(準)공적자금 성격의 자금. 그러나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 지원을 받을 경우 당국으로부터 경영간섭을 받을 것을 우려해, 펀드 활용을 기피해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의에 참석한 은행장들이 자본확충펀드 사용방식으로 '한도배정'(크레디트 라인 개설)을 제안해 금융당국이 이를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도배정방식이란 자본확충펀드에 은행별로 한도를 설정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자본확충을 받는 방식이다. 자본확충펀드를 신청할 경우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 금융위는 사용용도와 지원조건 등에 관한 은행장들의 제안을 최대한 반영해 세부 지원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자본확충펀드에 크레디트 라인을 개설할 계획이며, SC제일ㆍ외환은행 등 외국계 은행은 추후 참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진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자본확충펀드는 어려운 은행을 돕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대출기준을 완화해 일반 신규대출도 확대하는 한편, 거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보증기관에 특별출연을 통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에도 적극 동참키로 했다. 아울러 올해 취급된 중기대출 관련 은행 직원에 대해서도 면책조치를 포괄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진 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신동규 은행연합회장,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씨티ㆍ산업ㆍ기업ㆍ광주은행 및 농협 등 9개 은행장이 참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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