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교육청 관할 초ㆍ중학교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학력수준을 나타냈다. 평가 대상인 초등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생 모두 호성적을 의미하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산 해운대구교육청 관할 학교도 강남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낸 지역의 아킬레스건은 따로 있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낮은 반면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성적 하락은 두드러진 것이다.
강남의 경우 초등 6학년 수학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93.6%에 달했으나, 중3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3.7%로 뚝 떨어졌다. 부산 해운대구 역시 초등 6학년 영어과목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88.1%였으나, 중3 영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67.2%로 급전직하 했다.
성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시골지역 학교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북 익산은 초등 6학년 영어 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80.6% 였지만 중3 같은 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59.6%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일수록 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두고 "지난 정부의 하향 평준화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등학교 때 잘하던 학생들도 중학교와 고교 등 평준화 체제인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 이른바 '짬뽕식 교육' 으로 인해 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의 수업이 성적이 평균인 학생에 맞춰 진행되면서 빚어진 당연한 결과라는 게 교과부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중고교로 갈수록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고교때부터 입시 위주 교육이 이뤄져 점수 따기 경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기초학력이 급속히 부실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정철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중3 이상은 수학 등 주요 과목을 중심으로 과목 자체의 난도가 부쩍 높아져 학생들의 실력차가 커지게 마련"이라며 "하위권 학생들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상급학교 학력저조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