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미용 기술이 있습니다. 머리를 예쁘게 손질 해드릴 테니 혹시 발 마사지 잘 해주실 분 있나요?"
'내가 원하는 것을 (돈을 내지 않고) 내가 가진 것과 바꿔주는'인터넷상의 물물교환 사이트가 미국 한인 동포 여성들에 의해 개설돼 화제다. 최근 정식 런칭한 사이트'바터퀘스트닷컴(www.barterquest.com)'은 물품과 부동산 등의 재화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무형 서비스까지도 서로 연결해주는 이색적 사업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물품 외에도 세무상담, 미용기술, 발 마사지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서비스도 물물교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사이트 런칭에는 한인 동포 한지숙(미국명 비앙카 한) 부사장과 변지숙 수석 디자이너가 핵심 역할을 했다.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1985년 미국에 온 한 부사장은 뉴욕주립대 산하 패션전문학교인 FIT에서 수학한 후 최근까지'한뉴욕'이라는 이름의 스카프ㆍ넥타이 제조업체를 운영해왔다. 한 부사장은 온라인 상거래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특히 인터넷상의 중고 물품 거래가 증가하는 것을 보고 '바터(물물교환)'만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한 부사장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법률 전문가, 컬럼비아 대학을 나온 컴퓨터 엔지니어 등과 함께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했고 한국과 홍콩 등지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모았다. 한 부사장은 "환경보호와 재활용이 세계적 이슈가 된 만큼 다음 세대에는 재활용이 생활화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국문과 졸업후 웹디자이너로 진로를 바꿔 2008년 미 프랫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그래픽 디자이너 변지숙씨는 바터퀘스트의 웹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변씨는"회원과 방문자들에게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만들려면 이 사이트가 운영되는 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며 "시스템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해 애를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바터퀘스트가 실기 테스트를 통해 디자이너를 선발하는 이유는 즉각 투입이 가능한 실무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변씨는'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 사이트, 뉴욕한국문화원 발행 코리안웨이브 표지 디자인 등을 통해 꾸준히 실무 능력을 키워왔다.
바터퀘스트는 출범한 지 2개월만에 하루 방문자가 1,2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 독일 등 미국 밖에서도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경제위기 때문에 별도의 지출없이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바터퀘스트의 큰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부사장은 "조만간 부동산 분야를 시작한 뒤 아이템과 서비스 대상 분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주한국일보=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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