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항 소음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주민들의 유사 소송은 물론, 주민들의 공항 이전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임채웅)는 18일 광주 광산구 주민 1만3,93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주민들에게 215억6,447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광주공항의 공군비행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있어 실질적으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당한 것이 인정된다"며 "소음도가 80웨클(WECPNL) 이상인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국가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웨클'은 항공기의 운항횟수와 소음도, 소음 지속시간 등을 고려해 환산한 단위로, 80웨클은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라 소음피해 예상지역으로 구분되는 기준이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국가의 손해배상 기준도 제시했다. 주민 1인당 손해배상 금액을 80~89웨클 지역은 3만원, 90~94웨클 지역은 4만5,000원, 95~99웨클 지역은 6만원, 100웨클 이상 지역은 7만5,000원으로 산정해 주민들의 거주 기간에 따라 매월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1998년 7월 경기 화성시 매향리 사격장 주변 주민들이 입은 소음피해가 언론 보도로 인해 사회문제화 된 이후인 89년 1월1일부터 광주비행장 인근으로 이사 온 주민들에 대해선 "이미 소음피해를 알고 왔기 때문에 배상액의 70%만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지난해 9월 대구공항 주변에 사는 주민 2만9,000여명이 2004년에 제기한 소송과 경북 예천공항 인근 주민 5,800여명이 2005년 제기한 소송에서도 국가에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소음피해 한도를 80웨클로 지정하고, 거주 기간에 따라 손해배상 금액을 달리 책정했다.
재판부가 광주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처음으로 인정함에 따라 이번 소송에 참가하지 못한 다른 피해 주민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에도 주민 2만7,000여명이 7건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이 가운데 2건을 시범 지정하고 지난 10일부터 재판을 진행함에 따라 이번 판결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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