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사업이긴 하지만 채권단이 팔라면 팔아 야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이 되면 워크아웃 졸업 후엔 밥줄 다 끊긴 채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어요."
1차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구조조정이 당초 취지인 기업 살리기보다 채권 회수에만 급급하다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위험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주채권단으로부터의 직ㆍ간접적인 알짜 자산 매각 압박이 커지고 있다.
C등급으로 최근 기업실사가 진행중인 A건설사는 채권단으로부터 국내 사업지는 물론, 계열사 해외 레저사업에 대한 매각 압력까지 높은 상태. 그러나 회사 관계자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나마 현재 가장 돈이 잘 들어오는 '캐시카우(cash-cow)'인데 워크아웃 졸업 후를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먹고 살 거리는 남겨두고 팔아도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일정수준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지만 구조조정 때문에 그나마 가진 밥그릇 마저 다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들이 워크아웃 건설사들 사이에서 팽배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C등급 중견건설사도 수도권 알짜 주택사업 부지를 놓고 채권단의 자산 매각 압력에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해야 할 판이다. 인기지역이라 경기만 살아나길 기다리며 아껴뒀던 땅이지만 더 이상 도리가 없게 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본 취지가 기업 살리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채권단이 자금 회수에만 열을 올린다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며 "우량 자산매각만으로는 금융기관의 채권은 회수될지언정, 건설사 체질 개선에는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C건설 관계자는 "아직 실사가 진행중이라 본격적인 자산 매각 압력은 없지만 아무리 인력을 줄이고 자구안을 내놓더라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우량 자산의 매각처분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채권회수를 해야 하는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해당 기업의 특성도 고려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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