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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코리언 스탠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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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코리언 스탠다즈

입력
2009.02.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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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지하철에 빈 자리가 나서 앉아 가게 되었다. 지그시 눈을 감았는데 뭔가 허전하다. 이런 두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게 아닌가.

대롱대롱 두 발을 달랑거리며 가기엔 눈이 너무 많았다. 엉덩이를 당겨 가까스로 바닥에 발끝을 대긴 했는데 충격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실은 5센티 높이의 키높이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독일에 다녀온 남자 소설가가 투덜대던 것이 기억난다. 독일의 소변기가 좀 높이 달렸다는 거였다.

그는 한국 남자치고는 꽤 큰 키였다. 그런 자신이 발끝을 살짝 든 것에 대해 그는 자존심을 다친 듯했다. 요즘 학생들 신장 대비 다리 길이가 길어졌다는 통계를 본 듯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차후 몇 십 년은 쓸 요량으로 설계되었다고밖엔 짐작할 수 없다.

게다가 스테인리스 의자는 한 사람이 앉을 엉덩이 크기로 옴폭옴폭 패였는데 좀 뚱뚱하다 싶은 사람이 앉았다간 엉덩이가 배기기 십상이다. 미래엔 다리 길고 날씬한 사람들만이 지하철을 이용하게 될 듯하다.

코리언 스탠다즈. 공업이나 지하철, 소변기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듯하다. 그 나이대면 아파트는 몇 평이고 저축액은 얼마이고 회사에서의 직위와 타는 차는 무엇인지 우리끼리의 규격이란 게 있다. 대충 충족되면 KS 마크를 붙여주는데 그때야 우리는 조심스레 우리가 중산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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