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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선종 이틀만에 유품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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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 선종 이틀만에 유품 첫 공개

입력
2009.02.1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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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의 유품이 선종 이틀 만에 처음 공개됐다. 갈라지고 빛 바랜 검은 플라스틱 안경테와 코 부분이 벗겨진 검은색 실내화 등에서 '혜화동 할아버지'의 무소유 삶이 오롯이 묻어났다.

김수환 추기경 장례위원회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신학대학 내 전례박물관에서 유품을 공개했다.

전례박물관 3층 전시실의 가장 안쪽, 유리로 둘러싸인 30㎡ 가량의 공간에는 김 추기경이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난 후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68년 서울대교구장에 서임되면서 로마 교황 바오로 6세에게 받은 대주교의 상징인 베이지색 팔리움(Palliumㆍ목에 두르는 띠)과 빨간 스컬캡(Skullcapㆍ모자) 등 유품 300여점이 안치됐다.

본디의 금빛을 잃은 구리 재질의 제구들에는 하루도 미사 집전을 잊지 않았던 고인의 수도자로서의 일생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었다. 변종찬 신부는 "주교 서품을 받은 66년쯤부터 사용하시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반(성채를 담는 접시)과 성작(포도주잔), 주수병(술 또는 물 담는 그릇), 촛대 등을 축소해 담은 손바닥 크기의 검은색 휴대용 제구함에는 새끼손가락 굵기의 초 2개가 다시 불을 붙여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밖에도 3층 전시실에는 68년 5월부터 정년으로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난 98년 5월까지 30년간 김 추기경이 사용한 도장과 압인 10여점, 추기경을 상징하는 붉은색 카파(Cappaㆍ망토) 2점, 목회자의 상징인 바쿨루스(Baculusㆍ지팡이) 2점, 90년 서울관구 성직자 테니스대회 우승컵 등도 한 켠을 지키고 있다.

4층 계단 오른편 40㎡ 규모의 '추기경실'에는 고인이 신도들에게 받았던 편지, 미사 집전 후 군부대에서 받은 기념패 등이 전시돼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왼편에는 고인이 평소 가장 아끼던 그림이 걸려 있다. 자폐장애아동 김모양이 98년 12월 파스텔과 크레파스로 그린 김 추기경의 초상이다.

김남철 전례박물관장은 "몸과 마음이 불편한 이웃들을 마음 깊이 사랑하셨던 추기경께서 은퇴 후 이 그림을 받고 너무나 기뻐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림 오른편에 두 손을 모은 채 기도하는 95cm 높이의 추기경 흉상(1998년, 고정수 작)은 늘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던 고인의 모습 그대로다.

신도들에게 받은 편지들도 볼 수 있다. 구상 시인은 김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날 때 쓴 에서 '영원히 목 마르지 않는 물을 길어주실 당신'이라고 노래했다. 세례명이 '스테파노'로 추기경과 같아 자랑스럽다는 장윤철씨는 편지에서 "외국 여행 때 호텔 방을 같이 쓴 신부에게 추기경님의 코 고는 소리에 침대가 흔들려 잠을 잘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워낙 바쁘게 활동하느라 그렇게 코를 고시지 않았겠느냐"고 썼다. 전시실을 둘러보던 한 신부는 "추기경님께서 편지를 보며 활짝 웃으시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어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전례박물관은 월~금 오전 10시~낮 12시30분, 오후 2~5시에 관람(공휴일 휴관)할 수 있으며, 미리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02)740-9707~8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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