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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매력 있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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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매력 있는 나라

입력
2009.02.1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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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매력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물으면 단골 멤버로 미국, 프랑스, 이태리, 호주,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이 나온다. 그런데 이 나라들의 매력은 조금씩 다르다. 먼저 세계 최강국 미국은 '강한 나라' 의 매력이 있다. 프랑스, 이태리는 '아름다운나라'의 매력이 있다. 이들이 자랑하는 문화, 음식, 패션을 우리는 모두 멋진 것으로 인정한다.

가장 아쉬운 '질서 바른' 매력

호주와 캐나다에는 '여유로운 나라' 의 매력이 있다. 쾌적한 국토와 여유로운 삶은 충분히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 독일, 스웨덴에는 '질서 바른 나라'의 매력이 있다. 사회적 규범이 잘 지켜지고 공동체적 안정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매력을 동시에 갖는 것은 어렵다. 미국에는 아름다운 매력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프랑스, 이태리에는 질서 바른 매력이 부족하다. 호주, 캐나다에는 상대적으로 강한 매력이 적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에는 나름의 '강한' 매력이 있다. 압축 성장을 해낸 경험과 디지털 선도국가의 이미지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한동안 우리의 브랜드로 내세웠던 다이내믹 코리아도 넓은 의미의 '강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아름다운' 매력도 잠재력이 크다. 한류, 한식, 한글 등 앞으로 해외진출에 큰 성공을 거둘 분야가 많다. 반면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 '빨리빨리' 국민성으로 인해 '여유로운' 매력을 갖기는 원천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보면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매력 중 우리가 가장 노력해야 할 부문은 '질서 바른' 매력이 아닐까. 질서 바른 사회란 법은 물론이요, 규범과 공권력이 존중되는 사회를 말한다. 아작 우리 사회는 길거리는 물론 학교와 국회에서도 폭력과 불법행위가 만연하고 있으며 규범과 공권력은 무시되고 있다. 그 모습은 그대로 우리의 대외 이미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무질서의 배경에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역사적으로 공권력이 국민에게 고통을 준 적이 많았던 점, 오랜 기간 정부의 정통성이 없었던 점, 정부의 부정부패가 남아 있는 점 등이 근본 원인일 것이다. 질서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투명성을 더 높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아울러 신고하는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질서를 위반하는 사람에게는 철저한 벌칙이 따라야 한다. 질서 있는 국가일수록 시민의 신고 정신이 높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신고에 의해 위반자가 반드시 처벌 받는 관행이 정착되고 이에 따라 모두가 질서를 준수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서로 눈감아 주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질서를 잘 지키면 왕따가 된다.

우리 사회에도 투서, 고소, 고발은 횡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의 이익이나 불만 해소를 위한 것이지 진정한 공익을 위한 것은 거의 없다. 개인 간 잘못에는 관용의 미덕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익에 반하는 행위는 사소한 일이라도 눈 감지 말고 지적하고 신고하자.

이것은 투표처럼 개인에게는 이득 없이 귀찮은 일이지만 민주시민의 의무이다. 더러 신고로 인한 사회 불신을 우려한다. 그러나 질서위반을 서로 눈감아 주는 것은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는 일종의 담합 행위이다. 신고의식이 높은 북구와 영미국가는 개인간 신뢰수준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신고의식이 신뢰의 척도

미국에 사는 친구가 즉결심판에 나오라는 소환장을 받았다고 한다. 알아보니 생면부지의 미국 운전자가 이 친구를 난폭운전으로 고발한 것인데, 재판정에 가보니 뜻밖에도 그 운전자가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은 약 두 시간을 기다려 각자 진술을 하고 필요한 절차를 마쳤다고 한다. 우리가 '질서 바른'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도 그 운전자처럼 아무 보상 없이 공익을 위해 신고하고 두 시간 재판정에서 기다리는 분이 많아져야 한다.

박진 KDI대학원 교수 미래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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