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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의 캔버스] 미술관의 힘 보여주는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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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기자의 캔버스] 미술관의 힘 보여주는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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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롯폰기는 술집과 클럽이 즐비한 유흥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밤의 거리' 롯폰기의 이미지는 최근 크게 바뀌었다. 이 지역에 미술관이 집중적으로 들어서면서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고,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잡은 것이다.

2003년 모리부동산이 재개발한 54층짜리 복합공간 롯폰기힐스의 꼭대기 2개 층에 모리미술관이 생긴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또 다른 복합공간 미드타운에 산토리미술관이 이전개관했다.

일본의 건축 거장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디자인 전문 미술관 '2121 디자인사이트'도 미드타운 옆 녹지에 들어섰고, 5분 거리에 도쿄국립신미술관까지 생겼다.

흔히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모리미술관과 산토리미술관, 국립신미술관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세 미술관을 연계한 입장료 할인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봄날처럼 따뜻했던 14일, 이른 오전부터 롯폰기는 미술관을 찾은 가족 관람객과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빌 비올라, 장 피에르 레이노 등 세계적 작가들이 거쳐간 현대미술관인 모리미술관은 대규모 인도현대미술전과 한국작가 전광영의 개인전을 열고 있고, 일본 전통 컬렉션으로 유명한 산토리미술관에서는 일본 국보전이 한창이었다.

일본 작가 가야마 마타조 회고전을 개최 중인 국립신미술관은 독특한 외양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의 작품인데, 커튼처럼 드리워진 곡선 유리벽 건물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국립신미술관의 전시를 감상한 뒤 아트샵에서 기념품을 구입하기 위해 줄지어 선 외국인들을 보면서, 한국의 과천 산꼭대기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떠올라 씁쓸했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이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관광객은 물론, 국내 관람객으로부터도 외면을 받은 지 오래다.

그러나 씁쓸함 뒤에는 기대감도 찾아왔다. 오랜 진통을 겪긴 했지만 2012년 서울 소격동 기무사터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 주위의 화랑가와 조화를 이루면 서울에도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 못지않은 새로운 관광 명소가 생기리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리모델링 예산 마련과 국군서울지구병원 이전 등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벌써 넉 달째 공석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선임부터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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