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희망이 날아들었다.
김태균(한화)과 이대호(롯데ㆍ이상 27). 이승엽(요미우리)-김동주(두산)를 대신할 동갑내기 거포들이 훈련 첫날부터 시원한 대포를 연방 쏘아 올렸다. 한숨만 내쉬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모처럼 미소가 가득했다.
김태균과 이대호는 대표팀의 첫 공식 연습이 실시된 17일(한국시간) 하와이 호놀룰루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파크에서 특타를 자원하며 남다른 열의를 불태웠다.
1982년생 동갑내기이자 홈런왕 라이벌로 평소에도 절친한 김태균과 이대호는 훈련 첫날 분위기를 주도하며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했다. 특히 3시간 여에 걸친 연습이 마무리된 후 특타를 자원해 컨디션을 가다듬었다.
대표팀은 오전 9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3시간을 공식 훈련 시간으로 정해놓고, 희망자에 한해 특타를 실시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당초 훈련 첫날이기 때문에 특타 자원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코칭스태프는 김태균과 이대호가 특타를 자원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김태균과 이대호는 평소보다 많은 200여개의 배팅볼을 쳐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이른바 ‘개띠 동기생’으로 유명한 정근우(SK)도 동갑내기 거포들과 특타에 동참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이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준 강성우 배터리 코치는 “막판에는 전력을 다해 스윙을 돌렸다. 타구에 힘이 제대로 실려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성한 수석코치 역시 “오늘 엄청나게 (많이)쳤다. 의욕이 강해 아주 마음에 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균과 이대호는 각각 375피트(약 114m)와 410피트(약 125m)에 이르는 왼쪽과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홈런볼을 심심찮게 생산해 WBC 본선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평소보다 다소 무거운 1kg짜리 배트로 연습을 소화하고 있는 김태균은 “감이 안 좋아서 특타를 자청했는데 몸이 풀리고 나니 타구가 잘 뻗어나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훈련 장면을 지켜보던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역시 거포들이다. 믿음이 간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2007년과 지난해 홈런왕을 번갈아 차지한 ‘단짝’ 이대호와 김태균. 이들의 시원한 홈런포 행진이 2회 연속 4강 쾌거를 이끌 보증수표로 떠오르고 있다.
호놀룰루(하와이)=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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