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17일 또 한번의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13일 상ㆍ하원 의회를 통과해 입법절차를 모두 끝낸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식이다.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백악관에서 서명하는 것이 관례였던 것에 비쳐보면 오바마 정부가 사력을 다했던 경기부양법안의 서명식을 워싱턴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덴버는 전당대회를 통해 버락 오바마 당시 후보를 민주당 공식 후보로 지명한 오바마 정부의 산파 도시.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CBS 방송의 시사프로 <페이스 더 네이션> 에 출연해 "대통령은 워싱턴을 벗어나 미 국민에게 이 법안에 어떤 혜택이 담겨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며 "일자리를 되찾게 할 투자를 설명하는데 덴버가 최적의 도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이스>
그러나 깁스 대변인의 설명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식을 위해 덴버까지 날아가는 데는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것이 언론의 지적이다. 경기부양법안은 의회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초당적인 협력을 얻는 데는 철저히 실패했다. 하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전원이 반대했고, 상원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포섭 가능한' 공화당 의원을 집중 설득한 끝에 3명을 끌어와 간신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채웠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사당을 방문해 공화당 의원들을 직접 만나고, 양당 상원의원을 백악관에 초청해 슈퍼볼 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등 사전에 '지극 정성'을 들였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당파적 결정이었다. 대선에서 오바마와 맞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CNN,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각종 사업에 수천억달러를 쏟아 붓는 것" "엄청난 재정적자를 초래한 것은 후세에게서 도둑질을 하는 것" 이라고 법안을 맹비난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초당적 협력 약속을 역행한 "좋지 않은 출발을 했다"며 공세를 폈다.
'덴버 서명식'은 야당의 협력을 얻는데 실패한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식 정치를 벗어나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유권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워싱턴의 정치판에 압력을 가해보겠다는 '대중정치'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식 다음날 매케인 의원의 지역구인 애리조나주의 피닉스를 방문해 타운홀 미팅을 갖고 경기부양법 세일즈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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