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정보누출 비상이 걸렸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할 내부 지침마저 외부로 새나가고 있어 여권 핵심부가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산 참사 여론 무마를 지시한 청와대의 이메일 유출이다. 이메일은 청와대 행정관이 했든, 그 윗선이 지시했든 정권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힐 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문서가 통째로 야당 국회의원에게 전달됐다.
어떻게 유출됐을까. 현재로서는 경찰 쪽에서 새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사가 이루어져야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겠지만, 유출 배경에는 최근 이루어진 대구ㆍ경북(TK) 중심의 경찰 인사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TK 중심의 경찰 인사는 지난 연말 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간부진의 인사 초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퇴짜를 맞았을 때 예고돼 있었다. 이어 청와대는 어 전 청장을 퇴진시키고 TK 출신인 김석기 전 서울청장을 그 자리에 내정했고 서울청장에는 경북 울진 출신의 주상용 대구경찰청장을 앉혔다. TK 출신이 경찰 서열 1,2위가 된 것이다. 또 김 내정자 사퇴 이후엔 경북 성주 출신인 강희락 해양경찰청장이 후임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비TK 출신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와대 이메일은 경찰 내부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야당에 넘겨줬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정권의 안정성과 통치철학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주요 권력기관의 수뇌부에서 '과거 사람'들을 내보내고 'MB 맨'들을 포진시켰지만 그 결과는 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찰을 포함, 이른바 4대 권력기관과 각 부처에 대한 인사를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빠르고 넓게 진행하고 있다. 워낙 인사 드라이브의 강도가 높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거의 모든 부처에서 불만은 내연하고 있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그다지 잘 나가지도 않았는데도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솎아내기의 대상이 되는 간부들은 "공직자들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이지 정권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밀어내기를 하는데 비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지난 정권에서 그토록 코드인사, 지역편중 인사를 비난했던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한 지역편중 인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이메일 누출 같은 상황이 다른 권력기관이나 부처에서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청와대가 바짝 긴장하는 대목도 이 부분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j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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