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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미칠 것 같아 쏟아낸 '활자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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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미칠 것 같아 쏟아낸 '활자 중독'

입력
2009.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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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지음/마음산책 발행ㆍ216쪽ㆍ1만1,000원

평범한 전업주부였다가 2007년 장편 <달을 먹다> 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늦깎이 소설가가 된 김진규(40)씨. "왜 갑자기 소설을 썼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매일 책을 붙들고 사는 자신에게 남편이 건넨, "쏟아내지 않고 그렇게 구겨넣기만 하면 미쳐버릴지 모른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랬다. 김씨에게 삶과 책읽기는 분리불가능한 샴쌍둥이와 같은 것이었다. 가족과 불화했던 외골수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아버지의 서재에 잠입하며 시작된 김씨의 책읽기는, '내 꿈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얻으려 종로서적의 각층을 ?는 청년시절의 방황으로 이어졌고, 소멸해버릴지 모르는 존재감을 지탱하려는 전업주부 시절의 독서로 이어졌다. "주섬주섬 모은 문장으로 흘어지는 일상에 응용"하곤 했다는 김씨는 급기야 '김진규 태양왕설'을 내세운다. "모든 문장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이 문장은 그의 독서산문집의 제목으로 화(化)했다.

김씨의 시야가 머무는 책은 동서고금을 아우를 뿐더러 소재도 제한없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에서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까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해설서'인 <신기한 동물사전> , 혹은 자수연구가 허동화씨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규방문화> 같은 책까지 넘나든다.

빨갛고 파란 밑줄이 죽죽 그어진 다른 사람들의 텍스트 앞에서 김씨는 혈통 중심의 가족관계, 여성의 가사노동, 글쓰는 이의 자의식 같은 화두를 붙잡고 비판적인 사유를 전개한다. 그의 사유는 이내 거울처럼 자신의 개인사를 조명하기도 하는데 이는 책을 읽는 행위는 타자를 읽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읽는 행위라는 역설적 진리를 깨닫도록 해준다.

책은 지난해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웹진에 '활자중독'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했던 독서칼럼을 묶은 것. 그래서인지 지은이는 충효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열녀문이 세워지는 것을 반대했던 다산의 글을 읽은 뒤 "누가 알랴, 다른 양반네들로부터 튄다고 왕따를 당했을는지"라는 식의 인터넷 표현까지도 거침없이 선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비속함이 아니라 친근함으로, 흠결이 아닌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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