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망원인 1위(30%)는 심장혈관 질환이다. 하지만 이 질환의 주 원인이 죽상혈전증(粥狀血栓症)이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죽상혈전증은 죽상경화증이 악화된 상태다. 동맥 안에 지방(특히 나쁜 LDL콜레스테롤)과 칼슘, 미네랄, 섬유질 물질 등이 쌓이면 이것이 가라앉아 끈적하고 물렁한 덩어리가 된다. 이 덩어리가 죽(粥) 같은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 덩어리 표면에 혈소판이 뭉쳐 혈전(피떡)이 생기면 동맥이 완전히 막히거나 터진다.
■ 60세 이상 환자 생명 6~12년 단축
이런 피떡이 피 흐름을 방해하거나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질환과 같은 심장혈관 질환이 된다. 즉, 피떡이 심장혈관 흐름을 방해하면 심근경색, 뇌혈관 흐름을 막으면 뇌졸중, 다리로 혈액을 운반하는 말초동맥의 피 흐름을 방해하면 말초동맥질환이 된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죽상혈전증이라고 한다.
매년 전세계적으로 3,200만명의 환자가 생긴다. 이 질환은 특히 60세 이상의 환자에서 생명을 6~12년 단축할 정도로 무섭다.
죽상혈전증이 심각한 이유는 특정 부위뿐만 아니라 혈관을 통해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말초동맥 질환자는 일반인보다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으로 사망할 확률이 6배나 된다.
재발할 위험도 높아 한국 등 44개국에서 죽상혈전증 환자 6만4,9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REACH(Reduction of Atherothrombosis for Continued Health) 연구에서 환자 7명 중 1명은 1년 내에 심장혈관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심근경색, 뇌졸중을 경험하거나, 죽상혈전증 증상으로 입원했다. 따라서 죽상혈전증이 나타났다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심장혈관의 건강상태는 혈액검사로 쉽게 알 수 있다. 팔과 다리의 혈압을 측정해 비교하면 다리 혈관에 동맥경화 병변이 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협심증이나 부정맥 여부를 알려면 운동이나 약물로 심장의 부하를 늘려 심전도 이상을 확인하는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한다. 목의 혈관(경동맥)을 초음파 검사하면 혈관에 붙은 죽상동맥경화반(플라크)을 확인할 수 있다.
심장 관상동맥조영술(CAG)은 심장혈관에 조영제를 투여한 뒤 방사선 촬영을 통해 막힌 혈관의 부위나 그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심장혈관에는 콜레스테롤 등이 달라붙어 오랜 시간 지나면 굳어져 석회처럼 되는데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검사로 알 수 없는 혈관이상은 혈관의 경직도를 평가하는 혈관기능 검사로 알 수 있다.
■ 혈소판 응집 억제하는 약 나와
죽상혈전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금연하고 채식 위주로 먹고, 1주일에 3회 이상 운동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거나 혈압을 조절하거나,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치료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항혈소판제는 피떡으로 인한 혈관 막힘 현상을 줄이는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 결과, 죽상혈전증 환자가 위험인자를 적극 관리하고 치료하면 심장혈관 질환 발생도 크게 줄었다.
대표적인 죽상혈전증 치료제는 1999년에 출시된 사노피아벤티스의 플라빅스(성분명 클로피도그렐)로 혈액을 굳게 하는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모든 죽상혈전증에 쓰이고, 혈액순환을 도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말초동맥 질환자의 재발을 막는다.
플라빅스는 1일 1회 먹는 약으로 현재 뇌졸중, 심근경색, 말초동맥 질환자의 죽상동맥경화증 증상 개선과 급성 관상동맥증후군도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항혈소판제제로 바이엘의 아스피린프로텍트(아세틸살리실산), 오츠카제약의 프레탈(실로스타졸), 명인제약의 디스그렌(트리플루살) 등이 있다.
권대익기자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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