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BL)에서 용병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승부의 열쇠는 물론이고 득점, 리바운드 등 주요 개인기록도 용병들의 독차지다. 지난 12시즌 동안 득점, 리바운드에서 용병을 제치고 타이틀을 거머쥔 국내 선수로는 98~99시즌 청주 SK 서장훈(리바운드ㆍ현 인천 전자랜드)이 유일하다.
제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득점, 리바운드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단들은 포스트를 책임져줄 센터 1명과 득점을 맡아줄 포워드 1명으로 용병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센터 테렌스 레더(28ㆍ200㎝ㆍ미국)가 사상 첫 득점왕과 리바운드왕 동시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레더는 16일 현재 득점 1위(26.65점), 리바운드 1위(11.65개)를 기록 중이다. 갈수록 2위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라 레더의 2관왕은 낙관적이다.
지난 시즌 한국무대에 데뷔한 레더는 리바운드왕(12.50개)에 오르며 삼성의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레더는 득점도 평균 22.19점으로 '용병 평균' 이상을 해줬지만 득점왕(27.2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바운드 전문' 레더가 이번 시즌 득점에 눈을 뜬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상민 이정석 등 최고 가드들과 2년째 손발을 맞추면서 한국농구에 완전히 적응했다. 간섭은 하지 않되 방임도 하지 않는 안준호 감독의 용병술도 레더에게는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레더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과 절제된 생활이다. 레더는 경기 용인시 죽전면 선수단 숙소 근처 아파트에서 아내, 세 딸과 함께 산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레더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농구고, 농구는 가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자랑스러워 한다.
기록이 재산인 용병인 만큼 레더 역시 득점, 리바운드 1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동시 석권이 KBL 최초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의연하려고 애쓴다. "지난 시즌 챔피언 반지를 못 낀 게 너무 아쉽습니다. 올해는 챔피언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불고기 백반에 미역국을 잘 먹는 레더는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는 게 꿈이다. "한국생활이 무척 즐겁습니다. 한국도 좋고, 팀도 좋고, 동료들도 좋아요. 내년에도 한국에서 농구를 하고 싶어요."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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